[檢, 조국 민정실 수사]조국 민정실 하명수사 의혹 파문
김 전 시장의 한국당 후보 공천이 확정된 지난해 3월 16일 경찰은 김 전 시장 측의 수뢰 혐의로 울산시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사를 자제하는 관행과는 정반대였는데, 경찰 수사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검찰은 “아니면 말고 식의 신중하지 못한 수사”라고 선거 직후 경찰을 질타하면서 관련자 전원을 불기소했다. 당시 경찰 수사의 단초가 된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보고서 전달 과정에 백원우 당시 대통령민정비서관이 27일 등장하면서 검찰 수사의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김 전 시장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이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비리 첩보의 출처가 청와대”라는 경찰의 회신을 약 6개월 전에 받았다.
여권 핵심 인사가 수사 개시의 발단으로 지목된 것이다. 백 전 비서관은 올 1월 민정비서관직을 그만두고 현재는 여당인 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해 정밀 수사해야 한다”는 대검찰청 간부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조치다. 청와대가 야당 지자체장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관련 첩보를 경찰로 하달한 것이 민간인 사찰과 선거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곧 백 전 비서관을 불러 첩보보고서 입수 경위와 이를 박 비서관에게 전달한 이유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송철호 시장 당선을 위해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배한 것은 아닌지도 검찰은 조사할 계획이다.
박 비서관이 경찰청으로 하달한 첩보 자체에도 미심쩍은 대목이 여럿이다. 첩보보고서에는 김 전 시장의 동향은 물론이고, 울산 현지 민심과 세부 사정에 대한 소상한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 작성 양식이나 문체 및 표기법 등은 더 석연찮다. 검찰 안팎에서는 “비리 첩보를 반부패비서관실을 거쳐 경찰로 보낸 건 특감반의 감찰 과정에서 입수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다. 김 전 시장 관련 첩보에 대해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한 경찰의 수사 담당자였던 서모 경위가 좌천된 경위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이후 수사를 담당한 성모 경위는 고발인과 결탁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을 구형받은 상태다. 검찰은 경찰이 김 전 시장과 관련해 4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전부 무혐의 처분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수사에 이어 검찰 수사가 또다시 ‘조국 민정수석실’을 겨냥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검찰은 박 비서관과 백 전 비서관을 총괄 지휘했던 조 전 수석이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 전달 및 수사 과정을 알고 있었는지도 수사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에는 다양한 분야의 첩보가 들어오고 감찰 대상이 아닌 분야의 첩보는 관련 기관으로 이관한다”며 “이관 과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선출직 공무원인 김 전 시장 비위 첩보 수집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지만 이를 경찰청에 이관한 것을 권한 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황 청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첩보의 원천이 감사원인지 검찰인지 청와대인지도 모르며,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황성호·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