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8일째 의식잃어 긴급 병원 이송
구급차에 실려가는 황교안 대표 27일 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 단식농성 8일 만에 구급차에 실려 가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호흡곤란과 의식불명 증세를 보여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자유한국당 제공
황 대표는 이날 오후 11시 10분경 청와대 사랑채 앞 농성텐트에서 들것에 실려 나와 구급차에 실려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텐트 안에 누워 있던 황 대표가 의식이 없는 듯 보이자 함께 있던 황 대표 부인이 깜짝 놀라 119에 신고했다. 당시 현장 인근에서 비상 상황에 대비해 대기 중이던 구급차와 현장 의료진이 달려와 황 대표 상태를 진단하고 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에서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듯하지만 장기간 단식으로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부터 신장과 심장 등 장기에 이상 신호가 이어지고 얼굴이 붓는 등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상태였다. 이날 오전 황 대표를 만난 의사 출신 신상진 의원은 “육안으로 보니 15일은 단식하신 것처럼 상태가 안 좋았다”며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단식을 더 이어가야 한다’며 거부했다”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전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단식 초기 천막 없이 스티로폼 깔개에만 의존해 찬바람을 많이 맞아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고 했다.
여야 4당 대표 중 유일하게 단식 농성장을 찾지 않았던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황 대표를 찾았다. 천막 앞 한국당 의원들은 황 대표 단식을 ‘황제 단식’이라 비판했던 심 대표에게 “제1야당 대표의 목숨 건 단식을 조롱하는 건 인간적 도리가 아니다”라고 따졌다. 천막을 둘러싼 지지자들은 “물러가” “꺼져”라고 외치기도 했다. 심 대표는 “황 대표가 주무시고 계셔 얼굴만 뵙고 나왔다”며 “정치적 비판은 비판이고 정치보다 사람이 먼저이니 찾아뵙는 게 도리”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당을 탈당했던 원희룡 제주지사도 황 대표를 만난 후 “지금 이상의 각오로 야권 쇄신에 비상의 힘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황 대표가 8일간 단식을 벌이면서 보수 지지층의 결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중앙당 후원회에는 황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20일부터 일주일간 1600명이 총 1억 원 넘게 후원금을 냈다. 26일 하루에만 678명이 4800여만 원을 냈다. 평소 200만 원 수준인 것에 비하면 25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 최근 재정난으로 당직자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한국당엔 ‘가뭄 속 단비’인 셈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수만 원 단위의 소액 후원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단식 천막 앞에는 매일 “황 대표께 꼭 전해 달라”며 핫팩 담요 침낭 등을 가져오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당은 물품들을 모아 황 대표 단식이 끝난 후 복지단체에 기부할 방침이다.
조동주 djc@donga.com·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