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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골볼, 휠체어 앉아 배드민턴… “장애인 고충 알게됐죠”

입력 | 2019-11-28 03:00:00

이천훈련원 ‘장애인 스포츠’ 체험
체육회, 비장애인 학생들 대상 9월말부터 드림 패럴림픽 운영
참가신청 몰려 연내 2000명 예상
다양한 종목 직접 즐기며 경험… “너무 재미 있어서 또 오고싶어요”




‘드림 패럴림픽’에 참가한 이천 송정중 학생들이 27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휠체어컬링 전용경기장에서 컬링 체험을 마친 뒤 ‘손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학생들은 농아인 국가대표팀 선수단의 지도 속에 컬링을 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왼쪽∼ 왼쪽이라고!”

지켜보던 친구들이 소리를 지른다. 서둘러 라켓을 옮겨보지만 ‘소리 나는 공’은 어느새 골문 안에 있다. 쉽게 막았던 공이 안대를 한 순간 발 달린 동물로 변한 듯한 느낌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셔틀콕이 날아다닌다. 배드민턴에 자신이 있다는 학생이 나섰지만 쉽지 않다. 평소와 달리 휠체어에 앉아 있어서다. 참가자들은 ‘쇼다운’(에어 하키처럼 라켓으로 골을 넣는 경기)과 휠체어배드민턴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와 지체장애를 체험했다.

27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제1체육관. 이천 송정중 1학년 학생 17명과 윤혜림 교사(29)가 다양한 장애인 스포츠를 체험하고 있다. 체육관에 오기 전에는 휠체어배드민턴 선수 출신이자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강사’ 정경희 씨(50)로부터 강의를 들었다. 정 강사는 “휠체어를 타고 어떻게 운동을 하는지 묻는 아이들이 많다. 그럴 땐 직접 움직임을 보여준다. 학생들의 강의 몰입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장애인체육회는 9월부터 ‘드림 패럴림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비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패럴림픽 가치를 전달한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2009년 10월 이천훈련원이 문을 연 뒤 단순 견학 이벤트는 많았지만 대규모의 비장애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정진완 이천훈련원장(53)은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트레이닝센터의 운영이 작은 힌트가 됐다. 그곳은 선수들의 훈련 장소이면서 연간 수십만 명이 방문하는 ‘선수촌 체험’ 관광지이기도 하다. 일반인에게 개방한 덕분이다. 이천훈련원을 엘리트 선수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지난해 초부터 지역 학교들을 찾아다니면서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골볼 체험에서 ‘소리 나는 공’을 막은 뒤 안대를 벗고 기뻐하는 학생들(위쪽 사진). 배드민턴을 할 때는 휠체어 체험도 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드림 패럴림픽은 지난해 말 정부의 ‘국민참여예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추진에 속도를 붙였다. 4월부터 5회에 걸쳐 3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 이벤트’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보완한 뒤 이천 지역 학교에 참여 권유 공문을 보내기 시작했다. 당초 주 3회 실시를 계획했지만 참가 신청이 쇄도하면서 거의 매일 진행하고 있다. 9월 25일 1회를 시작으로 27일까지 41회를 실시했고, 연말까지 20회가 남았다. 올해 예상 참가 인원은 2000명에 달한다. 윤혜림 교사는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수업 1∼4교시 대신 여기에 왔는데 기대 이상이다. 교통편을 걱정했는데 훈련원이 버스에 식사까지 제공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체육관 체험’을 마친 학생들은 컬링전용경기장으로 향했다. 2개 조로 나눠 한 조는 이론을 배우고 한 조는 실습을 했다. 다음 달 발텔리나(이탈리아) 데플림픽(농아인올림픽) 출전을 앞둔 국가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 학생들을 지도했다. 선수식당에서 선수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끝났다. 송정중 1학년 서동국 군(13)은 “체험 활동이 너무 좋았고, 선수촌 식사도 맛있었다. 친구들에게 ‘무조건 한번 가보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혜찬 군은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주로 하는 보치아를 해보니 장애인 선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들의 고충도 새삼 느꼈다.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훈련원은 앞으로 이천시의회, 이천교육지원청 등과 협력해 더 많은 사람들이 드림 패럴림픽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애인 선수들의 메카 이천훈련원은 통합 사회를 향한 산 교육장이었다.
 
이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