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동맹이자 나토 회원국인데 ‘러시아판 사드’ 도입해 갈등 성능 실험때 F-16을 타깃 설정 美상원 “모욕적”… 나토도 반발
터키가 올해 7월 도입한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S-400 미사일 체계 성능 실험에 미국 F-16 전투기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터키가 동맹국들이 운용하는 전투기를 사실상 ‘가상 적기(敵機)’로 활용한 것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6일 독일 dpa와 러시아 타스통신 등은 터키군이 25, 26일 수도 앙카라 인근 뮈르테드 공군기지에서 S-400의 성능을 실험했고 여기에 F-16 전투기를 동원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앙카라주 당국도 “F-16이 참여한 저공비행 실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나토는 거세게 반발했다. 크리스 밴홀런 미 상원의원(민주·메릴랜드)은 트위터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한 지 2주 만에 미국과 나토를 모욕했다. S-400에 관한 한계점을 넘었다”고 썼다. 나토 대변인도 “터키가 S-400 도입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나토와의 약속에 부합하지 않는다. 터키와 동맹국 간의 공동 작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터키는 S-400 도입 이후 미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35 개발 사업에 대한 참가 및 구입이 금지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전투기 확충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6일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 “5, 6년 안에 자체적으로 전투기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터키가 S-400에 이어 러시아 최첨단 전투기 수호이(SU)-35, SU-37을 구입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돼 S-400 도입 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양국 갈등이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