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한 것을 놓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중 간 충돌이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양국 간 1단계 무역합의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다시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이날 발효된 홍콩인권법은 미국 행정부가 홍콩의 인권탄압에 연루된 중국 정부 인사 등에 대한 비자발급 제한 및 자산 동결 같은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미국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토해 그 결과를 홍콩의 무역 특별지위 유지 여부 결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법안은 19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다음날 하원에서는 찬성 417표 대 반대 1표로 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직후만 해도 이에 서명할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 주석은 내 친구”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앞서 8월 홍콩 시위가 격화될 당시 이를 ‘폭동(riot)’이라고 부르며 “중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가 워싱턴 정가에서 쏟아진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가 법안 서명을 거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NYT는 “미국과 중국 모두 무역협상과 홍콩 이슈를 분리하고자 했다”며 “공개적으로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미중 협상을 비틀 수 있는 변수”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의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상태. 미국이 중국에 대규모 추과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시한(12월 15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양국 간 관세 전쟁이 확전이 불가피하다.
홍콩인권법에 따라 홍콩이 무역상 특별지위를 상실할 경우 미국이 받을 경제적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전문가들은 홍콩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누려온 미국에 자멸적인(self-defeating)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에는 미국 국적자 8만5000여 명(2018년 기준)이 거주하고 있으며, 주요 금융회사들을 비롯한 1300여개 미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홍콩은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 중 가장 큰 규모로 무역 흑자를 냈다. 지난해 홍콩과 미국 간 교역규모는 673억 달러. 미국이 홍콩을 상대로 낸 흑자는 338억 달러에 달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