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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에 “총선前 북-미 회담 우려” 전달한 나경원의 경솔한 언행

입력 | 2019-11-29 00:00:00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그제 의원총회에서 미국 당국자에게 내년 4월 총선 전엔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번 교섭단체 원내대표 방미 과정에서는 회담 시기와 관련한 어떤 요청도 안 했지만, 7월 방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서 이런 우려를 전달했다고 했다. 의원총회가 방미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였다고 하지만 당내에서도 국익이 걸린 외교 문제에 정치를 앞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비핵화는 이념이나 세대를 초월한 전 국민적 요구다. 나 원내대표도 “한국당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정상회담은 환영한다”고 했듯이 비핵화 대의를 놓고 여야가 따로 있을 수는 없다. 물론 야당 지도부로서 미 당국자가 정책 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북한 비핵화를 위한 건전한 의견이나 정부와 다른 시중의 여론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총선 일정을 감안해 회담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은 비핵화 협상의 성공보다 정파적 유불리를 앞세운 것이어서 심히 부적절하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총선을 사흘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했지만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석 달 뒤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야 할 외교안보 이슈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만, 민심의 선택은 그걸 뛰어넘곤 했다. 명색이 보수 세력이자 제1야당이라면 안보 등 국가적 과제를 정치적 득실보다 중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 북-미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럴수록 우리 내부에서 북-미 협상이 비핵화라는 본래의 길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국론을 모아야 한다. 표 계산이나 하며 회담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는 용납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