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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 2억은 뇌물… 2심 다시 하라”

입력 | 2019-11-29 03:00:00

“국정원장 회계관계직원 해당”… 33억원 모두 국고손실죄 인정
일부 무죄 판단 2심 파기환송… 朴 前대통령 형량 늘어날듯
前국정원장 3인 2심도 돌려보내




박근혜 전 대통령(67·수감 중)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이 28일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다.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국고손실 및 뇌물 혐의를 모두 유죄로 뒤집으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먼저 2013년 5월∼2016년 7월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33억 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직 국정원장들이 특가법상 국고손실죄가 적용되는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전직 국정원장들은 특활비의) 집행 과정에서 직접 사용처, 지급 시기, 지급할 금액을 확정함으로써 지출 원인 행위를 수행했다”면서 “자금 지출 행위에도 관여하는 등 회계 관계 업무에 해당하는 지출 원인 행위와 자금 지출 행위를 실질적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 전 대통령 1심은 전직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며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를 적용해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 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전직 국정원장들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며 회계관계직원인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개입한 27억 원에 대해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하고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 원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를 1심 취지로 다시 뒤집으면서 파기환송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78)의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이 전 대통령은 1심은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이라며 국고손실죄를 유죄로 인정했고 2심에서 이 부분을 다투고 있다.

대법원은 또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전달한 2억 원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직무에 대한 대가로 받은 돈이 아니라는 이유로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박 전 대통령 1, 2심과 다른 판단이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직무상의 관계에 있을 뿐 2억 원을 수수할 정도로 사적인 친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국정원장이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자발적으로 거액의 돈을 주는 것은, 대통령의 국정원장에 대한 직무 집행에 관해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취지로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활비를 중간에서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사건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 안 전 비서관은 징역 2년 6개월, 정 전 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 받은 상태다. 국정농단 사건은 2심에서 징역 25년이 선고됐지만 대법원을 거쳐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파기 환송된 국정원 특활비 사건의 형이 확정돼야만 사면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 전에 사면 받을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