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하명수사 의혹 파문]
올 1월 14일 조국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청와대의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왼쪽)이 당시 조 수석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에 근무했던 전직 직원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고 한다. 행정부 소속 공무원의 감찰 등은 특감반의 고유 업무지만 백 전 비서관의 민정비서관실에서는 별도의 감찰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6·13지방선거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 보고서의 전달자로 지목된 백 전 비서관 체제의 민정비서관실에서 위법한 감찰이나 민간인 동향 수집이 이뤄졌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백 전 비서관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넨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보고서를 경찰청으로 전달한 특감반 관계자와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또 김 전 시장 관련 첩보에 대해 “죄가 안 된다”고 지휘부에 보고했다가 좌천성 인사를 당했던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도 비공개 조사했다. 하명 수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위법한 인사 조치를 했다면 인사권자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청와대에서 경찰청으로 내려간 첩보 보고서는 ‘지방자치단체장 김기현 비위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김 전 시장에 대한 의혹 10여 건이 담겨 있다. 지역 사정이 소상히 기재된 점, 보고서 표현과 작성 방식을 감안하면 수사기관 종사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정수석실에는 총 15명 안팎의 특감반원이 사정기관에서 파견됐는데, 이 중 9명이 반부패비서관실에, 5, 6명이 민정비서관실에서 일했다고 한다. 민정비서관실 소속 관계자들을 ‘민정 특감반’이라고 불렀고, 경찰 출신을 포함한 일부 수사관 2명은 친인척 관리라는 민정비서관 직무가 아닌 별도의 미션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백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그 밑에는 이광철 현 민정비서관이 선임행정관을 맡고 있었다.
○ “특별히 기억 안 나” vs “똑똑히 기억”
백 전 비서관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민정비서관실에는 특별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내용의 첩보가 집중되고 또 외부로 이첩된다”며 “수사기관이 살펴보도록 단순 이첩한 것 이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반부패비서관실로 넘겼다면 울산 사건만 특정해 전달한 게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 전 수석에게 보고될 사안조차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는 박 비서관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방선거 당시 현직 선출직 공직자와 관련한 비리 첩보가 이런 경로로 전달된 것은 김 전 시장 사례가 유일하다. 똑똑히 기억난다”고 진술한 것과는 극히 대비된다. 청와대가 앞서 민정비서관실의 직무 범위에 대해 여러 차례 “업무 범위가 포괄적”이라는 해명을 내놓은 사실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민정비서관실이 세월호 사고 당시 구두 경고를 받았던 해양경찰청 소속 A 간부를 정부 포상 후보에서 제외시키고 담당 직원의 휴대전화를 감찰했다는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월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정훈 hun@donga.com·김동혁·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