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방사포 추정 2발 발사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문화’시킨 해안포 도발에 대한 한국의 항의를 일축하는 동시에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경고한 연말까지 한미가 협조하지 않으면 고강도 무력공세를 본격화하겠다는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 ‘19분→30초’ 석 달도 안 돼 발사 간격 대폭 축소
북한이 이날 초대형 방사포가 유력한 발사체를 쏜 곳은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 일대다. 과거 북한 발사체의 도발 전례가 거의 없었던 장소다. 군 소식통은 “인근 군용 비행장에서 쏜 것으로 보인다”며 “어디서든 기습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라고 했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발사 간격이다. 북한은 이날 발사체 2발을 30초 간격으로 쐈다. 초대형 방사포라면 연속 발사 능력을 확실히 가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9월 10일에는 ‘19분 간격’으로 3발(1발은 실패), 지난달 31일에는 ‘3분 간격’으로 2발의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바 있지만 이번에 발사 간격을 대폭 줄인 것. 초대형 방사포는 이동식발사대(TEL)에 4기가 탑재된다. 그간 초대형 방사포의 연속 사격을 독려해온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직접 참관했을 가능성이 있다.
군 소식통은 “재래식 탄두는 물론이고 전술핵 탑재도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가 연속 발사 능력까지 완비할 경우 가공할 수준의 동시 다발적 대량 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다른 신종 대남 타격 수단과 섞어 쏘기로 경북 성주의 사드기지와 경기 평택 미군기지, 충남 계룡대(각 군 본부) 등을 일거에 타격해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참은 이날 당국자 실명으로 북한 발사체 도발에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처음이다.
○ 北,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 엿새 만에 도발
북한의 이번 발사체 도발은 22일 조건부 연장이 결정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파기 직전까지 갔던 한일 간 대북 안보 공조가 막판에 복원된 것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시사한 측면이 크다는 것. 군 소식통은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 발표 다음 날부터 북한의 TEL 활동 등 도발 징후가 점차 늘어나서 한미 정보당국이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도발에 앞서 이날 오전 미 공군의 조인트스타스(E-8C) 지상감시 정찰기 1대가 일본의 가데나 기지를 이륙해 한반도 인근으로 날아와 대북 정찰비행을 벌였다. 조인트스타스는 9∼12km 상공에서 250km 밖의 전차, TEL, 해안포 및 장사정포 기지, 병력 등 600여 개 표적을 동시 추적 감시할 수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