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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끝난 최기영-통신3사 CEO 첫 만남…“5G에 5조 투자했는데”

입력 | 2019-11-29 11:05:00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센터에서 열린 ‘통신3사 CEO 조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최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2019.11.29/뉴스1 © News1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첫 만남이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됐다. 장관이 5세대(5G) 이동통신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언급했고 이통3사 CEO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경직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29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만나 5G 투자 및 요금제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 회의가 시작된 시간은 오전 7시40분이며 회의를 마치고 일어난 시간은 8시30분으로 총 50분간 얘기를 나눴다. 당초 예정보다 10분정도 회의가 빨리 끝난 셈이다. 앞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이통3사 CEO들의 만남이 예정보다 30분 이상 길어졌고 문 밖까지 큰 웃음소리가 새어나오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분위기다.

이유는 다소 민감한 ‘중저가 요금제’가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최 장관은 대화 서두부터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꺼냈다.

그는 “5G 망 구축과 서비스 출시를 위해 2018년보다 50%나 투자를 늘리는 등 이통3사의 노고가 크다”고 치하하면서 “다만 현재 5G 요금제가 너무 고가상품에 편중돼 있어 중저가 요금제도 다양하게 출시해야 한다는 이용자 요구가 많으니 이통사들이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해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통3사 CEO들은 장관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에둘러 난색을 표명했다. 현재 5G 망 구축을 위해 네트워크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경영압박’을 느끼고 있는데 아직 충분히 가입자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CEO들은 이 자리에서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지수 지표를 보면 통신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5G 가입자들이 사용하는 데이터량은 LTE 가입자에 비해 3배 이상 많고 초고속 광대역 5G를 통해 초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받는 등 품질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해 최 장관의 요구에 우회적으로 난색을 표명했다.

다만 이통3사 CEO들은 “이용자들의 수요를 보다 면밀히 파악해 5G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할 적절한 시점과 요금 수준을 적극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 장관은 네트워크 투자에 한창인 이통3사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5G 투자 세액공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당근’도 제시했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기획재정부 측에 실내 5G 품질을 높이기 위한 ‘인빌딩 기지국’ 투자 확대를 위해 인빌딩 및 28㎓ 주파수 대역 투자 부문의 세액공제를 현행 2%에서 3%로 상향조정하는 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옥외 5G 서비스제공범위(커버리지)는 당초 목표를 초과해 구축되고 있지만 인빌딩 커버리지는 아직 많이 부족한 수준이며 이 때문에 이용자들의 품질 불만도 높다”면서 “이통3사의 5G 인빌딩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인빌딩과 28㎓ 대역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통3사 CEO들은 세액공제 확대 추진을 반기며 “정부가 지원해주는 만큼 내년 5G 투자 역시 올해나 그 이상의 수준으로 진행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통3사는 9월까지 5조4000억원을 투자했고 연말까지 누적 8조2000억원 이상을 5G 망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이와 유사한 수준인 8조원대 규모의 망 투자를 진행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이통3사 CEO들은 최 장관이 ‘반도체 전문가’임을 감안, 향후 4차산업혁명의 총아인 ‘인공지능(AI)’ 칩을 정부 주도로 개발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AI 음성인식이나 자율주행 등 각종 5G 미래 서비스에 AI 기술은 필수”라면서 “장관께서 반도체 전문가이시고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인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AI칩 개발에 나서달라”고 부탁했다. 황창규 KT 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이에 동조해 “비단 통신 뿐만 아니라 산업 전 영역에서 AI 기술이 광범위하게 요구되는만큼 AI 칩 개발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이에 최 장관은 “반도체 핵심 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