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베스트셀러]1994년 종합베스트셀러 2위(교보문고 기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1·2/김진명 지음/486쪽, 481쪽·각 권 1만3800원·새움
신동해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편집주간
우연이었을까. 북한 핵 때문에 나라가 뒤숭숭하던 1993년 8월, 광복절을 며칠 앞둔 시점에 독특한 제목의 세 권짜리 책이 출간됐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600만 부가 넘게 팔리는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된다. 사람들은 저자 김진명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책을 평범한 베스트셀러가 아닌, ‘김진명 월드’의 시작으로 만들어주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 전에도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 같은 먼치킨(Munchkin·극단적으로 강한)급 주인공의 사이다 마초물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김진명 작가의 작품을 읽는 이유는 ‘저 깊은 곳의 뭉클한 애국심’ 때문이다. 김진명 작가는 이리저리 치이는 작은 나라 사람들의 울분을 건드리는 한편,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말이야, 어떤 민족인 줄 알아?’ 하는 자부심에 불을 지피고, 그것을 방해하는 주변 강국을 악으로 그려내는 삼각구도를 완성한다. (북한을 포함한) 우리 민족은 놀라운 잠재력을 지닌 민족인데 지금은 잠시 가려져 있는 상태라는 것, 우리의 진정한 힘을 각성할 때에 새로운 역사가 펼쳐진다는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경색된 한일 관계와 지소미아 사태를 보면 다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꺼내 읽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친한 일본인이나 미국인에게 선뜻 권할 수 있을까. 복잡다단한 국제관계를 더 알아야 할 지금 과연 단순한 울분과 쾌감에 젖어도 되는 것일까 자문하게 된다.
신동해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