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스쿨존 안전법’ 무산되자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 두번 죽여” 해인이법-한음이법-하준이법 등 어린이 안전법 줄줄이 연기 우려
눈물 흘리는 부모들 ‘민식이법’(어린이 생명안전 법안)의 국회 통과를 주장해 온 고 김민식 군의 어머니 박초희 씨(33)는 29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자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 우리 민식이가 협상 카드가 되어야 하느냐”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9일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한 뒤 더불어민주당의 보이콧으로 본회의 개최가 무산되자 고 김민식 군(당시 9세)의 부모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오열했다. ‘민식이법’은 김 군이 9월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발의된 도로교통법 개정안. 스쿨존 내에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당초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본회의가 파행되자 향후 법안 처리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김 군의 어머니 박초희 씨는 “신호등 없는 곳에 신호등을 만들어 달라는 게, 대로변에 과속단속 카메라가 없어 카메라를 달아달라고 하는 게 왜 협상카드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당신들 그렇게 하라고 우리 아이들 이름을 내준 것이 아니다. 꼭 사과를 받겠다”고 했다.
피해 어린이 부모들의 항의가 한국당으로 쏠리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본회의 파행 후 열린 기자회견과 의원총회에서 수차례 “한국당은 ‘민식이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민식이법’을 비롯한 민생법안을 처리하자고 분명히 제안했다”며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고 했다. 오늘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민주당 탓”이라고 항변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