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세계 첫 5G전파 송출 1년
#2. 지난해 11월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던 KT 통신구(케이블이 지나가는 지하 통로)에는 로봇이 등장했다. 특정 지점의 온도가 올라가자 로봇이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현장 상황을 중앙관제센터로 실시간 중계했고, 문제 지점을 정확히 조준해 소화 가스를 뿜었다.
이 같은 기술 뒤에는 빠른 속도, 끊김 없는 전송이 특징인 5세대(5G) 이동통신이 있었다. 올 한 해 국내 통신업계는 5G로 시작해 5G로 마무리되는 중이다. 한국은 2018년 12월 1일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쏘는 데 성공했다. 올 4월 3일엔 스마트폰 기반 5G 서비스의 최초 상용화를 이끌어냈다. 내년엔 새로운 5G 주파수 대역인 28GHz(기가헤르츠) 대역 상용화로 ‘꿈의 속도’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된다.
○ 2020년 초, 이동통신 가입자 10%가 5G 쓴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이래 4G(LTE) 상용화까지 한국 통신업계는 추격자 입지에 있었다. 5G의 세계 최초 상용화는 이를 통신 선도국으로 뒤바꾼 계기로 평가받는다.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단말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올해 1분기(1∼3월) 5G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1위(37%)를 기록했다. 화웨이(28%), 에릭슨(27%), 노키아(8%)에 앞선 수치다. LTE 시장에서 4위 안팎에 머물렀던 것과 대조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최대 경쟁사인 애플과 화웨이가 올해 5G 스마트폰 출시가 늦어진 틈을 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주요국 점유율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통신업계에선 5G를 타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등이 경쟁적으로 출시됐다. 스마트팩토리와 자율주행, 5G 로봇 서비스 등도 초기 적용 단계에 접어들었다.
○ 여전한 음영 지역, ‘꿈의 속도’는 과제
건물 안이나 지하 구역, 수도권 외 일부 지역 등에서 제기되는 5G 음영 지역 극복은 과제로 남아 있다. 1일 국내 최대 스마트폰 커뮤니티 뽐뿌에선 “서울도 아직 멀었다” “전북 전주인데 몇 달 동안 통신 품질 좋았던 적이 없다” 등 전국 각지에서 5G 속도를 측정한 수치를 올리며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통신3사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내년에 ‘인빌딩(건물 안) 장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전국 85개 시, 동 단위로 기지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KTOA 관계자는 “올 한 해 한국 5G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일궈온 통신 역사의 전환기였다”며 “올해가 5G 상용화의 원년이었다면 내년은 5G 본격 활성화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