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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생법안을 정쟁 도구로 삼지 말라

입력 | 2019-12-02 00:00:00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수백 건의 민생 관련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이 199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방해)를 신청한 데다 필리버스터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무산될 것을 우려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본회의 출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와 저지에만 매몰된 여야에 민생 법안은 애초부터 안중에 없었다. 한국당은 지난달 28일까지 본회의에 부의된 대부분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그중엔 ‘청년기본법’이나 ‘국제연합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견연장 동의안’ 등 정쟁과 무관한 민생 및 안보 관련 법안도 수두룩했다. 한국당은 이번 정기국회는 비쟁점인 법안들에 대한 필리버스터로 통과를 막고, 이후 임시국회가 열리면 패스트트랙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막을 계획이다. 그런 전략을 감안한다 해도 필리버스터에는 정해진 제한 시간이 없으므로 몇 개 법안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더라도 충분히 의도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법안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무더기로 199개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무작정 본회의 출석을 거부한 것도 무책임한 결정이다. 한국당은 28일까지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들만 필리버스터 신청을 했기 때문에 29일 당일 부의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은 여야의 의지가 있었다면 통과가 가능했다. 물론 불출석을 이용한 국회 본회의 무산은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고육책이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임시국회를 열어도 물리적으로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인 이달 17일 이전에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회의 무산으로 인해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닌 민생·어린이 안전 관련 안건들도 무산됐다.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서는 필요성과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삶이다. 민생 법안에 대해서만이라도 여야 합의로 필리버스터 없이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고 통과시켜야 한다. 아무리 정쟁이라도 안보와 민생·안전마저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