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지 33년 만에 정신병원에서 발견된 60대 장애인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송인우 부장판사는 정신장애 2급 홍모 씨(60)가 국가와 부산시 해운대구를 상대로 낸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홍 씨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경찰은 전산 입력 및 수배 의무를 어겼고 해운대구는 신원 확인 의무를, 국가는 지문 조회 관련 의무를 각각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송 부장판사는 “피고들의 위법 행위로 가족을 찾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연락이 끊긴 채 병원에 수용 보호돼 있던 홍 씨가 받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홍 씨 가족들이 가출 또는 실종신고를 하지 않아 전산 입력·수배 절차를 거쳤더라도 신원 확인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1980년 3월 광주에서 실종된 홍 씨는 2년 뒤 부산진역에서 발견됐지만 인적사항 등을 말하지 못해 행려병자로 요양원에 수용됐다. 이후 2013년 경찰서의 지문 조회로 신원이 파악돼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