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대치 전면전]여야 ‘필리버스터 2차 충돌’ 전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운데)가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기습 신청을 규탄하고 있다. 민주당은 주말 내내 회의를 이어가며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과의 공조 강화 등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과 본회의 불참 카드로 맞붙었던 여야는 1일 “민생법안 우선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에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여야는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 각론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쏟아내며 ‘2차 필리버스터 대전’을 예고했다.
○ 여야 “민생법안 먼저 처리”, 각론은 딴소리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들의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한 여론의 비판이 주말 내내 계속되자 정치권에선 잠시 협상론이 대두됐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1일 오전 “2일 본회의를 소집해 민생개혁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했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선 다른 얘기를 쏟아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원포인트 본회의 논의 등을 포함해 2, 3일 동안 한국당을 포함해서 야당과 의견을 나눌 생각”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모든 것의 우선은 한국당의 공개적인 (필리버스터 신청) 철회”라고도 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일(2일)이라도 본회의를 열어 가장 먼저 민식이법을 처리하자”면서 “하지만 본회의를 열면 (한국당이 반대하는 패스트트랙 지정법안) ‘유치원3법’은 자동 상정되며, 이에 대한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필리버스터 철회는 없다는 얘기다.
○ 한국당 “패스트트랙 저지 위해선 전 안건 필리버스터 불가피”
이 때문에 여야가 조만간 2차 필리버스터 대충돌을 앞두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당은 10일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뒤 임시회가 내년 1월 중순까지 이어진다면, 그때까지도 필리버스터로 선거법 처리를 저지한다는 내부 전략을 세웠다. 나 원내대표는 전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 “여권이 안건 순서를 변경시켜 원하는 법안만 (먼저) 통과시키고 (필리버스터 시작 전) 본회의 문을 닫을 수 있다. 저항수단을 보장받으려는 부득이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라고도 불리는 필리버스터는 소수 정당에 무제한 발언권을 보장하는 국회법에 규정된 제도다. 19대 국회에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도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해 2016년 2월 192시간 넘게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본회의에 올라온 200건에 가까운 법안에 대해 전부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제출한 필리버스터 요구서에 대한 효력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같은 회기 내 제출된 필리버스터 요구서는 본회의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회기 종료 때까지 유효하다는 주장과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면 본회의 때마다 개의 전에 새로 요구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한 법 해석을 요청한 국회의장실에 국회 의사과 관계자는 “국회법상 명확한 규정이 없고 처음 있는 일이라 법리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대상 안건으로 신청한 199개 법안에는 31일 파병 기한이 종료되는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병안도 포함돼 있다. 당초 한국당 계획대로 내년 1월까지 필리버스터가 이어진다면 파병 자체가 불법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 민주당 및 범여권 “4+1 공조 강화”
민주당에선 한국당을 제외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간 접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또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안건별로 짧은 회기의 임시국회를 여러 번 여는 ‘살라미 임시국회’ 개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선거법 개정안 세부 내용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던 범여권 정당들도 일단 뭉치자는 분위기다. 대안신당은 논평을 통해 “의회 과반 입법 연대만이 답”이라고 밝혔고, 정의당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과 대안신당은 국회의 시계를 힘차게 돌려야 한다”고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김지현·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