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배포자 판결문 22건 분석해보니 성착취 영상 33개 저장 공중보건의, “초범” 취업제한-신상 공개 안해 22명중 19명이 벌금형 그치고 “유학중” 치료프로그램도 제외 전문가 “고의성 있는 범죄 엄벌을”
지난해 11월 법원은 최 씨에게 벌금형의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공개 등의 명령은 없었다.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범죄자이지만 아동을 진료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도 없는 것이다.
○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은 22.7%뿐
영상을 소지하고 배포까지 한 2명은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총 289개의 영상을 배포하고 1566개를 소지했다. 평균 195개의 영상을 소지했던 20명 중 18명에게는 평균 212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나머지 2명은 각각 선고유예,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를 위한 법률(아청법)은 아동음란물 소지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배포·제공·상영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처벌은 훨씬 가벼웠던 것이다.
22명 가운데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받은 사람은 5명에 그쳤다. 나머지 17명은 어린이집, 학교, 학원, 청소년보호센터 등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3명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도 받지 않았다.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는 아무도 없다.
대학생 A 씨는 2016년 다크웹에 접속해 10대 아동의 성착취 동영상 10개를 내려받았다. 올해 5월 법원은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학업을 위해 국외에 체류하고 있고 반성하고 있다”며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관련 성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내려야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다. 재판부는 유학, 우울증, 반성 등의 이유를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솜방망이 처벌에는 양형기준이 없어 재판부에 따라 처벌이 들쑥날쑥하게 이뤄지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3일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을 만나 아동음란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