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경기전망에 기초하면 ‘큰 재앙’
경기침체 원인 총수요 부족서 찾은 日, 정책 실패로 ‘잃어버린 20년’ 경험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허상 좇다
물가 내려갈 정도로 소비 위축 온 韓
고생산성 분야 자원 투입하는 정책 필요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사실 이런 전망 오류는 국제 전문기관도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3.7%에서 올해 10월에는 3.0%로 1년 사이 0.7%포인트나 낮추었다.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1년 전 2.6%에서 2.0%로 0.6%포인트나 낮추었다. 별로 수치 조정을 하지 않는 중국의 0.1%포인트 하향 조정을 제외하곤 러시아 0.7%포인트, 인도 1.3%포인트, 멕시코 2.1%포인트 등 대부분의 신흥국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다 보니 실망감과 신뢰감 상실이 크다. 잘못된 경기 전망에 기초한 정책이나 전략은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기에 어떻게 전망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미 한국에 앞서 비슷한 전철을 밟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분석해보면 이해가 된다. 1990년대 초 경기 버블이 꺼지며 기업의 연쇄도산 위험 앞에서 금융기관을 구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경기는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부채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더 이상 재정정책을 쓸 수 없게 되자 1999년 2월부터 제로금리 정책을 도입한 이후 2006년 2월까지 양적완화 정책과 더불어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했다. 결국 장기 경기침체 원인을 총수요의 부족에서 찾았던 이 정책 처방은 실패했다. 하지만 프레스콧 교수와 후미오 교수의 연구는 일본 경기 침체의 원인을 총공급 측면인 1990년대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급락에서 찾았다. 저금리로 구조조정이 지연되어 좀비기업은 퇴출되지 않고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 효율적 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선 정보통신기술(ICT) 투자로 총요소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일본에선 도소매업 등에서 ICT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0년대 세계시장을 휩쓸었던 일본의 반도체 기업이 잇따른 투자 지연과 한국 대만 등의 추격에 밀려 주도권을 빼앗기고 브라운관 TV 시대 최강자였던 파나소닉마저 얼마 전 반도체사업을 접게 되었다는 사실로 잘 설명된다.
지금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현재를 연장한 미래 전망은 통하지 않는다. 정부의 희망사항이나 정책목표를 전망으로 생각해선 더더욱 안 된다. 공급 측면의 생산성이 향상되도록 새로운 기술혁명의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어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방법을 치열하게 강구해야 한다. 과거 20년간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실패하고 인기영합주의 정책들이 득세하면서 단기적·대증적 처방으로 관철되어온 경제 시스템을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포용적 성장은 단순 요소 투입 확대가 아니라 고생산성 분야로 자원을 투입하는 똑똑한 성장과 같이 가야 한다.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