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를 넘어 공간복지로]
이원호 성신여대 교수가 지역 환경을 바꿔 빈곤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이 담긴 영국왕립도시계획연구소(RTPI)의 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공간복지가 빈곤 정책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공간복지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체육시설, 독서실, 노인정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갖춰 주민들이 편하게 복지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원호 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는 공간복지의 개념을 더 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공간복지에 대한 인식은 시설 개선 정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불평등과 공간분리 현상이 합쳐지면서 결과적으로 부와 빈곤이 대물림된다”며 “빈곤이 세습되는 환경을 바꾸기 위해 생활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창업 시설 등을 지원해서 주민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공간복지의 목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 오랜 기간 슬럼이 형성된 선진국 대도시들은 이미 ‘공간’에 초점을 맞춘 빈곤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5월 영국 왕립도시계획연구소(RTPI)가 발행한 ‘가난, 장소, 불평등’ 보고서는 “빈곤은 특정 지역에 집중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지역의 열악한 환경을 바꾸는 정책은 빈곤을 줄이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된다”고 했다. 영국은 빈곤 지역 100곳을 ‘가라앉는 지역(Sink Estate)’으로 정해 개발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임대아파트단지 등을 활용해 공간복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중앙정부, 서울시 등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빈집을 활용해 커뮤니티 시설로 만들었다면 이후 정부, 지자체의 스마트시티 계획과 맞물려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SH공사가 추진 중인 ‘동북4구 지역밀착형 공간복지 마스터플랜 수립’에 관여하고 있다. SH공사는 도봉 노원 강북 성북구 등 동북지역 4개 자치구처럼 상대적으로 생활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간복지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