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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아세안이 함께 만드는 미래를 꿈꾸며[기고/성윤모]

입력 | 2019-12-04 03:00:00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유러피안 드림’이라는 책에서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지역은 아세안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이며, 동아시아 경제공동체가 생겨나면 세계무대에서 막강한 경제·정치 세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는 지난주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에 참석해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보유한 아세안이 그 자체로 거대 경제 중심지가 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으로 세계 3위의 인구와 5위의 경제 규모, 그리고 4위의 교역 규모를 자랑하는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면서 아세안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세계 평균의 2배에 가까운 경제성장률, 생산 가능 인구가 전체 6억5000만 명 인구의 64%를 차지하는 역동적 인구 구조,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전에 따른 도시 중산층 비중의 급격한 증가 등이 아세안을 더욱 주목받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아세안 및 인도와의 관계를 주변 4강에 준하는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신남방정책을 천명했다.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아세안 순방을 완료함으로써 임기 중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한 첫 대통령이 되었다. 지난주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는 아세안과의 대화 관계 수립 30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신남방정책 추진 2년의 성과를 점검하는 기회가 됐다. 이 회의에는 한국을 포함한 10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CEO 서밋에는 700명이 넘는 한국과 아세안의 대표 경제인들이 참석하여 향후 협력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아세안의 정상들은 바쁜 방한 일정 중 시간을 내어 현대자동차, 삼성중공업, KAI, 현대로템 등 주요 기업들의 생산 현장을 방문하고, 한국 기업들과의 의견 교환을 위한 간담회와 비즈니스포럼을 개최하는 등 우리 기업들과의 경제 협력 확대에 매진했다. 정상들은 한국과 아세안 기업 간 협력 성과가 전시된 ‘혁신성장 쇼케이스’도 둘러봤다. ‘한국과 아세안이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를 꿈꾸며’라는 슬로건이 게시된 거대한 미디어글라스 앞에서 정상들은 아세안의 진정한 동반자로서 함께하겠다는 한국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금번 특별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약속했듯 한국과 아세안은 그간의 협력 성과를 토대로 향후 30년의 공동번영을 위해 경제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7년여 동안의 기나긴 협상 끝에 지난달 초 타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한국과 아세안의 실질적인 경제 협력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착실히 마무리하고, 정상 간에 합의한 한-아세안 산업혁신기구와 표준화 공동연구센터도 차질 없이 설립하여 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고에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이다. 특별정상회의를 마치고 새로운 협력을 준비하는 오늘, 아세안과 함께하는 한국 경제의 밝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