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 나토 창설 70주년 정상회의
1949년 4월 출범한 세계 최대 집단 방위조약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창설 70주년을 맞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논란 등이 원인이다. 3, 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도 양측이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29개 회원국 정상이 모두 참석한다. 핵심 의제는 방위비 분담금.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분담금을 포함한 국방 예산을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2.0%로 늘리고 내년 말까지 1000억 달러(약 118조6500억 원)의 추가 방위비를 내기로 했다. 2021년부터 미국의 운영비 분담률도 현 22%에서 16%로 낮추기로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만족할 수 없다”며 추가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런던으로 떠나기 전 “미국이 너무 많은 돈을 내서 공정하지 않다. 미국이 보호해 주는데도 돈을 내지 않는 나라로부터 돈을 받을 책임이 내게 있다”고 했다. 비행기 이륙 후 트윗에도 “이 나라를 대변하고 미국인을 위해 열심히 싸우러 유럽으로 간다”고 썼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 규모가 1300억 달러에 이른다. 3, 4년 내 수천억 달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존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 중 별도의 양국 정상회담을 열지 않기로 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 및 마크롱 대통령과는 양자 회담을 갖는다. 12일 조기 총선 승리가 예정된 상황에서 굳이 ‘반트럼프’ 정서가 높은 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행보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보수당은 제1야당 노동당을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국빈방문 당시 보수당 대표 경선을 앞둔 존슨 후보를 공개 지지해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날도 “보리스는 매우 유능하고 잘할 것”이라며 존슨 총리를 두둔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