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8년은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 등으로 긴장이 높았던 한 해였다. 주민증 도입을 놓고 “전 국민을 범죄 용의자로 보느냐”며 반발도 많았지만 그해 11월 21일 처음 발급되며 도입이 강행된 것은 북한 간첩의 식별 등 안보상 이유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과거 주민증 앞면에 병종 계급 군번 제대일자 등을 자세히 적은 것은 한국적인 주민증 탄생 배경을 반영한다.
▷우리의 주민증과 비슷한 국민 신분증을 공식 발급해주는 나라 가운데는 사회주의 국가가 많다. 중국은 신분증 번호가 무려 18자리로 우리 주민번호 13자리보다 훨씬 길다. 56개 민족인 중국은 민족을 표기하고 문자도 병기한다. 북한 ‘공민증’의 ‘민족별: 조선사람’은 민족이 아닌 국적 표시다. 구소련 시절 표기했던 민족을 없앤 러시아는 카드형 신분증 한 장이 아니라 여권처럼 20쪽에 이름도 ‘패스포트’여서 ‘국내 여권’으로도 불린다. 터키는 부모 이름, 결혼 이전의 성, 결혼, 종교 등이 들어간다. 동서독 분단 이후 줄곧 신분증을 발급해온 독일은 고향과 키, 눈 색깔을 넣고 박사학위도 밝힐 수 있다.
▷위·변조 방지 기능을 한층 높인 주민등록증이 내년 1월부터 발급된다는데 미래 추세는 모바일 앱이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소지할 필요가 없고 보안성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 모바일 앱으로 운전면허증을 대신하거나 시범 운영 중이고 네덜란드는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을 개발 중이다. 우리도 운전면허증과 별도로 국민임을 증명하는 오프라인 신분증이 언제까지 살아남을까 궁금하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