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허리 40대가 추락한다] <上> 다시 딛고 올라갈 사다리 없는 서글픈 40대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벌이가 적은 달엔 자영업에 뛰어든 자신을 원망하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다시 직장에 들어가자니 꺾인 나이가 발목을 잡고 새로운 업종으로 재도전하려니 모아둔 돈도 없고 용기도 없었다.
○ 무너지면 끝, 사다리 없는 40대
본보가 만난 40대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은 ‘한 번 무너지면 끝’이라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누구나 일터에서 밀려나는 두려움을 안고 있지만 중장년인 40대에겐 재기의 문이 좁아 삐끗하면 빈곤의 낭떠러지로 직행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고용시장에서 40대가 직면한 위기는 제조업 위축으로 성장이 둔화하는 현 경제 상황과 맞닿아 있다. 기업은 불황이 심해질수록 인건비 부담이 덜한 30대보다 비용 부담이 정점에 이른 40대를 먼저 내보내고 싶어 한다. 50대는 남은 근로기간이 40대보다 짧아 중장기 고용비용 부담이 덜한 편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40대 취업자 수는 649만9000명으로 2017년 말에 비해 24만7000명(3.6%) 줄었다. 같은 기간 50대 취업자 수는 16만4000명(2.6%) 증가했고, 30대는 13만6000명(2.4%) 감소했다. 2016년 이후 40대의 취업자 수 감소 폭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크다.
반면 직장에서 잘린 40대는 당장 생계가 급한 만큼 직업 교육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 어렵다. 기존에 하던 일을 계속하려고 임금 수준이 낮은 직장으로 옮기거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치킨집 창업을 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서비스업은 30대, 사회복지업은 50대를 선호하다 보니 신규 채용 시장에서 40대가 갈 만한 업종이 다양하지 않다”고 말했다.
○ 50대와 30대 사이 ‘낀 세대’
현재 직장에 다니는 40대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50대와 30대에 치이며 코너로 몰리고 있다. 2000년에 입사한 대기업 부장 김모 씨(46)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직장 내 세대 간 역할 분담이 점점 변해왔다고 했다.
“선배들이 부장일 때 차장이 2명, 과장이 3명씩 있었죠. 그런데 지금 부장이 되고 보니 차장이 없거나 대리가 없는 조직으로 바뀌었습니다. 2, 3명이 나눠서 할 일을 혼자 꾸역꾸역 수행하는 게 일상이죠.”
그렇다고 윗세대처럼 승진이 쉬운 것도 아니다.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임원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올해 임원 1명당 직원 수는 128.3명이다. 2011년에는 105.2명이었다. 직원은 늘지만 임원 자리는 줄어 그만큼 별을 달기 어려워졌다.
한 공무원은 더 이상 후배들에게 업무 노하우를 전수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상사로부터 받은 강한 업무지시를 직원에게 전달할 때 나름대로 많이 완화했다고 생각하는데도 반발이 나와요. 왜 무리한 지시를 사전 조율하지 않고 가지고 왔냐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40대가 일자리 시장에서 탈락하면 부모와 자녀 세대의 동반 빈곤으로 이어져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경제학)는 “40대는 아직 자녀가 어려 60대가 일자리를 잃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낳는다”며 “이들이 직업이 없으면 결국 내수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김준일·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