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외고 3학년 송영준 군의 희망 스토리
2020학년도 수능 만점자 김해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송영준 군(18). 사진=경상남도교육청 제공
고등학교 첫 시험 127명 중 126등을 한 학생이 2020 수능 만점을 받아 화제다.
4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됐다. 수능 만점자가 15명이 나온 가운데 주목할 만한 학생이 있다. 바로 경남 김해시 김해외고 3학년 송영준 군(18)이다.
송 군은 지난달 14일 치러진 수능에서 국어, 수학(나형), 사회탐구 2과목(한국지리, 사회문화)에서 만점을, 영어와 한국사에서도 1등급(만점)을 받았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공부방을 다닌 것과 중학교 1학년 때 잠시 학원을 다닌 것을 제외하면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고교 시절 학원과 과외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셈이다.
송 군은 고교 첫 시험에서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받아 좌절감을 느꼈다. 선행학습을 안 하고 공교육에 충실했는데 이러한 노력이 부정 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중학교 때는 전교 10등 정도 했는데 고교 입학 후 많이 좌절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군은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더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송 군은 “공교육에 충실해서 높은 성적을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학생들한테 지는 게 약간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혼자 노력해서 이기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 군의 수능 만점은 담임 교사의 역할도 컸다. 송 군이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 1학년 때 특성화고등학교로 전학을 희망했으나, 서향미·정해령 담임교사가 응원을 해주며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줬다. 이들의 추천으로 삼성장학재단과 조현정재단 등에서 고교 3년간 장학금 1000만 원을 받아 많은 도움이 됐다. 송 군은 이에 보답하고 싶어 학업에 더 열중했다.
정해령 담임교사와 송영준 군. 사진=정해령 교사 제공.
두 교사는 “영준이가 127명 중 126등으로 입학했고, 입학하고서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특성화고로 전학까지 고민했었다”면서 “이때 외부 장학금을 주선하고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것이 영준이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무척 기쁘다”고 했다.
송 군은 자신의 공부법에 대해 “단계적으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며 “무슨 과목이든 개념부터, 그리고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약간 어려운 문제를 풀고 이후 더 어려운 문제를 푸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부하기 힘든 날이나 한 주가 힘든 날은 방에서 게임 영상을 대신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다”며 “다만 너무 (재충전에) 빠지지 않게 조심했었다”고 덧붙였다.
김해외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기상 시각이 오전 6시 20분이고 의무 자습 시간이 밤 11시까지다. 송 군은 1시간 일찍 일어나고, 1시간 늦게 잤다고 했다.
그는 장래에 대해 “검사가 되고 싶다”며 “아직까지 부정의한 일들이 많다. 사회가 더 정의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