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수사상황 너무 자주 물어”… 비서관 실명 거론하며 부담 호소
[자료] 청와대 전경
“청와대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수사 상황을 너무 자주 물어 온다.”
유 전 부시장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소속이던 검찰 수사관 A 씨(48)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주변 동료들에게 이 같은 고충을 털어놨다고 한다. B 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전화를 자주 건다. 부담된다”는 말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A 씨는 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올 2월 검찰에 복귀하기 전까지 대통령민정비서관실에 파견돼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 밑에서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다. 이전 정부부터 청와대 근무 이력이 있는 데다 인맥이 넓고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이른바 ‘백원우팀’의 핵심 역할을 했다.
A 씨는 청와대 파견근무 이력 때문에 당시 수사팀에서 배제돼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화가 끊이질 않아 A 씨는 이 부장검사를 찾아 직접 부서를 옮겨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 검찰이 ‘청와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지시’ 의혹까지 수사하면서 A 씨의 부담감이 극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울산에 내려가 김 전 시장과 관련한 경찰 수사 상황을 직접 점검한 것이 A 씨라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A 씨의 고민도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동료들은 A 씨를 ‘입이 무거운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들은 “청와대 관계자들과의 친분, 수사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속에서 A 씨가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김정훈 hun@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