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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견제하려 뭉친 나토, 70년 지나 “中 군사굴기에 공동대응”

입력 | 2019-12-05 03:00:00

나토 사무총장 “군사력 증강 넘어 5G통신-아프리카 등 영향력 급증”
정상회의 선언문에 ‘中견제’ 담되 새로운 적으로 규정하진 않기로
트럼프 “방위비 4%까지 증액해야”




“제 자리 맞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 정상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온통 탄핵 소식에 매달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하원의 탄핵 조사 보고서 채택 소식을 듣고 “민주당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런던=AP 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공동 선언문에 군사 강대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옛 소련을 겨냥했던 나토가 1949년 창설 이후 ‘중국의 굴기’를 우려한 내용을 정상회의 선언문에 넣는 것은 처음이다.

CNN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군사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이 모든 (나토) 동맹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국의 군사력 확대는 나토가 이 문제에 함께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군사력 증강뿐만 아니라 5세대(5G) 통신망 등 유럽의 각종 사회기반시설에 중국이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을 비롯해 아프리카와 북극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우려했다. 전 세계에서 중국의 힘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는 “5년 동안에만 중국은 80척의 군함과 잠수함을 해군에 추가했는데 이는 영국 해군 전체와 맞먹는다”며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금지된 장거리 미사일 수백 기, 신형 초음속 순항미사일, 신형 드론, 초음속 글라이더 등 다양한 무기를 중국은 증강했다”고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3위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나토 29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나토가 중국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담은 보고서를 승인할 예정이다. 4일 런던 정상회의를 마무리하면서 발표하는 공동선언문에 ‘우리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이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기회이자 도전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을 의식해 ‘적’으로 규정짓는 단어나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새로운 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가하는 도전을 분석하고 이해하며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나토가 구심점을 찾기 위해 공공의 적을 찾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9년 소비에트연방에 맞서기 위해 창립됐지만 1991년 옛 소련은 붕괴됐다. 30년 가까이 창설 목적에 맞지 않는 상황 속에 동맹을 지속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생기고 있다.

특히 70주년인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요구와 일방주의로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스톨텐베르그 총장과의 회동 후 “나토 회원국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까지 증액해야 한다”며 “이를 지키지 않는 나라는 통상의 관점에서 문제를 다룰 수도 있다”고 밝혔다. CNN은 “나토가 그 어느 때보다 체계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의 도전은 나토를 다시 하나로 묶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