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과 한반도 통일 ④
중소기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희망하며, 다양한 제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미 의회를 방문하여 개성공단을 재개하면 외국기업도 입주하도록 국제화할 것이고 이렇게 하면,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물론 북한 노동자 임금이 핵무기 개발로 전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로 ‘대못’이 박혀있는 상황입니다. 2013년 3월 의결된 유엔안보리결의 2094호에는 “회원국은 북한 불법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모든 금융거래 또는 서비스를 차단·동결한다”며 “벌크 캐시 이전도 금융 제재에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에게 지급되던 달러화가 현 국면에서는 ‘벌크 캐시’로 해석되어 제재에 걸려 있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2017년 9월의 유엔안보리 결의 2375호는 북한에 대한 해외투자와 기술이전, 경제협력 등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과 합작사업(joint ventures)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의 유엔안보리결의 2397호는 직물과 섬유 등 경공업 제품 수출을 금지하고 식품, 농산품, 기계류 등 주요 분야 수출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2015년과 같은 방식의 개성공단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좀 긴 호흡으로 북한 비핵화 이후 그리고 한반도 통일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운영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당초 개성공단은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폐쇄되던 2016년 시점에서도 야근, 연장수당을 포함한 5만 여 북한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5만원 수준이었습니다. 개성공단은 섬유 봉제 등 2차 산업 분야가 입주기업의 60%정도를 차지합니다. 기술집약산업이기 보다 노동집약산업이기 때문에 저임금 북한 노동자는 반갑고 귀한 존재들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다시금 개성공단을 재개하게 된다면, 전략적 환경도 변화되고 시대적 환경도 변화되어 2차 산업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국가적으로도 유용성이 떨어질 것입니다. 더욱이 통일 대한민국에서는 같은 국민인 북한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활용할 수도 없게 됩니다.
새롭게 재개될 미래의 개성공단에서는 4차산업혁명 첨단기술들을 활용한 산업들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뒷받침할 인적자원들이 양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개성공단에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이 200억원을 투자해 마련한 건평 3천 3백 평 규모의 기술교육센터가 있습니다. 당초 봉제기술 등을 가르치기 위해 지어진 시설인데, 만약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4차산업혁명 신기술 산업 현장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기술인력들을 양성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단기간에 컴퓨터 코딩이나 드론 조작기술, 산업보안 프로그램 활용 기술 등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성공단과 북한에서 활동할 4차산업혁명 첨단기술 인적자원 양성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겁니다.
통일이 되어 대한민국의 자본과 기술력이 자유롭게 지원될 때면, 한국폴리텍대학과 같은 기술전문대학을 북한 전역에 건립하여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신기술전문인력들을 양성해 나갈 수 있습니다. 과거 1970년대 대한민국은 외국으로부터 자본과 공장설비들을 들여오고, 이것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현장 기술인력들을 양성하기 위해 폴리텍대학 전신인 기능대학과 공공직업전문학교를 전국에 설립했습니다. 기술인력들을 양성해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을 이뤘던 노하우를 통일 대한민국에 북한지역에 이식할 수 있습니다. 통일이 되기 전이라도 개성공단의 기술교육센터를 활용하여 신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점차 북한 전역에 폴리텍대학을 건립하여 4차산업혁명 첨단기술 인력들을 양성하는 방법으로 남북한이 함께 4차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기술로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