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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인사태풍 부나…非文 색채 강한 추미애 전격 발탁 배경은?

입력 | 2019-12-05 21:02:00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61)은 5일 지명 소감에서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추 후보자를 법무부 수장으로 발탁한 이유인 검찰 개혁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동시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을 향해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선포했다.

● 秋 “윤석열과 호흡? 중요하지 않아”

추 후보자는 이날 “윤 총장과의 호흡을 어떻게 맞춰갈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개인적인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호흡을 맞춰야 하는 동등한 지위가 아니라, 법부무 장관이 검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추 후보자를 지명한 것도 이런 “강한 소신과 개혁성”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으로 청와대와 검찰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추 후보자를 통해 검찰을 확실하게 견제하겠다는 의미다. 한 여당 의원은 “추 후보자는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혼자서 질주해온 독특한 스타일”이라며 “문 대통령이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아닌 추 후보자를 발탁한 것도 오로지 검찰 개혁 하나만 완수해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추 후보자도 “한 번도 제 사심을 채워보거나 당리당략에 매몰돼 처신 해본 적 없다”며 “사심 없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는 법무 행정을 해낼 것을 기대하고 추천해주셨다고 믿고 있고,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무조건 청와대 뜻만 쫓지는 않을테니 검찰은 내 지휘를 따르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추 후보자가 취임 직후 공석인 검사장급 6자리를 포함한 대대적인 검찰 인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 靑 “친문, 비문 가릴 때 아니야”

당초 여권의 중심인 친문 진영과 추 후보자는 2017년 대선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였다. 문 대통령이 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친문 진영과 당시 당 대표를 맡고 있던 추 후보자 측은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놓고 충돌했다. 대선 승리 후에는 민주당 당직자들의 청와대 파견 문제, 야당과의 관계 설정 등을 두고 재차 맞붙었고 결국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화해의 의미로 장미꽃을 들고 추 후보자를 예방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문(비문재인) 색채가 강한 추 후보자를 문 대통령이 전격 발탁한 것은 검찰 개혁 없이는 정권 후반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친문, 비문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지금 검찰 개혁을 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여기에 조국 전 장관 인선 과정에서 빚어졌던 검증 논란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역 의원은 단 한 번도 낙마하지 않았다. 추 후보자가 임명되면 여성 장관 비율은 33%까지 늘어난다. 여성 법무부 장관 지명은 2003년 강금실 전 장관 이후 16년여 만이다.

다만 여당 대표까지 지낸 추 후보자와 청와대 간의 호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추 후보자는 입각 배경에 대해 “문 대통령의 제안”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자칫 문 대통령과 추 후보자가 단순한 상하 관계는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마이웨이’ 대신 추 후보자의 ‘마이웨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