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사회부 기자
이국종 외상외과 교수가 이끄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경기 과천시와 성남시 등 21개 시군을 아우르는 경기 남부 권역의 중증외상 환자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의료기관이다. 인근의 모든 응급실이 일손이나 장비가 없다며 환자를 돌려보낼 때 외상센터가 ‘골든아워’를 지킬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이 외상센터는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총 57차례나 바이패스를 걸어야 했다. 바이패스를 걸어 환자를 받지 못한 시간을 모두 합하면 34일 2시간 57분이다. 경기 남부 권역의 인구 970만 명을 책임지는 외상센터가 한 달 넘게 문을 걸어 잠가야 했다는 뜻이다. 2017년 11차례였던 바이패스 통보 횟수가 지난해 53차례로 늘자 센터 내에선 “외상센터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지경”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이다. 환자를 실은 119구급차가 외상센터에 빈자리가 날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도 있다.
외상센터의 병상 부족은 악순환을 낳고 있다. 급한 대로 다른 중소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던 환자는 수십 시간이 지나 외상센터에 빈자리가 생겨야 뒤늦게 중증외상 전문 치료를 받게 된다. 이런 환자는 때를 놓친 탓에 더 오랜 기간 외상센터에 입원해야 한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보다 병상 수가 적은 나머지 13곳의 외상센터 실태는 복지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책이 없지는 않다. 중소병원 응급실을 전문화해 환자를 분산시키고 외상센터의 규모를 지금보다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냄비 근성’을 버려야 한다. 올 2월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과로사로 응급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만 해도 정부와 국회는 각종 협의체를 만들며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고작 10개월 만에 응급의료 현장은 다시 무관심 속으로 돌아갔다.
조건희 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