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NK News 팟캐스트 호스트
그런데 막상 미국에 갈 일이 생겨서 알아보니 나는 예외 대상이었다. 당혹스러웠다.
많은 친구들은 지금까지 내가 미국에 단 한 번밖에 안 갔다는 사실에 놀란다. 1992년 대학 1학년 때 라디오 방송국에서 진행한 행운권에 뽑혀서 미국 여행 선물을 받았다. 목적지는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있는 스페이스 캠프였다. 우주비행사 가상훈련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곳으로 ‘어른을 위한 디즈니랜드’ 같다. 여행권 2장이 나와서 친구랑 가기로 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 친구와 달리 나는 멜버른에 있는 미국영사관에 가서 관광 비자를 신청해야 했다.
이제 인생에 두 번째로 내년 초 미국에 갈 일이 생겼다! 하지만 나도 옛날 출근길에 봤던 한국인들처럼 비자 서류를 제출하고 인터뷰까지 봐야 했다. 왜 그랬을까.
바로 내가 북한을 관광차 가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북한, 예멘, 수단, 이란, 이라크 등을 방문한 사람은 더 이상 이스타(ESTA) 비자론 미국에 가지 못한다. 보다 긴 서류를 작성하고 대사관 앞에서 줄을 서야 하고 인터뷰를 해야 한다. 옛날에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아 한국 사람보다 쉽게 미국과 북한에 갈 수 있었는데, 이제 북한을 방문하면 오히려 미국을 마음대로 방문할 수가 없게 됐다. 세상은 가끔 아이러니하다. 미국 여행을 하고자 하는 한국 사람들은 인터뷰를 안 해도 갈 수 있는 시대에, 오히려 나는 인터뷰를 거쳐야 했다.
인터뷰 날 미국대사관 문 앞에 줄을 섰다. 옛날에 비해 줄은 짧았지만 그래도 10분 안팎을 기다려야 했다. 딱 봐서 외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은 나 말고 한두 명밖에 없었다. 창구 앞에서 직원이 인터뷰 확인서를 보여 달라고 했는데 아차, 안 갖고 왔다. 다행히 대사관 직원이 인터뷰 대상자 명단을 갖고 있어서 내 이름을 재빨리 확인하고, 나를 안내해줬다. 2층에 올라가서 큰 대기실 같은 방 안에 있는 접수처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섰다. 접수원이 내 여권을 보고 컴퓨터로 내 파일을 참조한 뒤 3번째 줄로 보냈다. 그 창구 앞에서 또 여권을 건네고 기다려야 했다.
나올 때 기분은 뭐랄까. 마치 맛있는 호떡 하나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기분이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NK News 팟캐스트 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