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김은선(39)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의 음악 감독으로 2021년 8월 1일 취임한다고 SFO가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923년 설립돼 96년 역사를 가진 SFO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함께 미국 양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힌다. 북미 대륙에서 여성이 오페라극장 감독으로 취임하는 것은 김 씨가 처음이다. 첫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시즌마다 최대 오페라 네 작품을 지휘한다.
김 씨는 올해 6월 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로 SFO에 데뷔해 언론과 청중의 호평을 받았다. 연세대 음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 재학 중 2008년 스페인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 국제 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명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키릴 페트렌코의 오페라 지휘에서 보조 지휘자로 일했으며 독일 베를린 국립 오페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등 유럽 주요 오페라 극장과 워싱턴 국립 오페라,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등 미국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지휘자로 활동해왔다.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부장관을 지낸 김성재 한신대 석좌교수가 그의 아버지다.
김 씨는 지휘자 니콜라 루이소티의 뒤를 이어 공식 음악 감독으로 취임하기 전인 2020-2021 시즌에 SFO 두 번째 무대로 베토벤 ‘피델리오’를 지휘할 예정이다. 매튜 실버크 SFO 총감독은 “사려 깊은 리더십을 지닌 김 씨는 깊은 공감과 존중을 통해 청중과 예술가, 극장 기술자와 관리자를 연결해 준다. 모든 사람이 최고의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인물”이라며 음악 감독으로 선임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씨는 5일 SFO 홈페이지를 통해 “SFO에서는 여러 면에서 개방적인 협업을 하고 서로 너무나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1912년생이었던 할머니가 평생 ‘여의사’로 불렸지만 여성도 그냥 ‘의사’로 불리는 시대를 내다보셨던 것을 떠올렸다”며 “다음 세대 (여성)지휘자는 그냥 ‘지휘자’로 불리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