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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 연일 협박 수위 높이는데, 대북지원 안달하는 南

입력 | 2019-12-07 00:00:00


정부는 어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세계보건기구(WHO)의 대북 모자보건 의료지원사업에 500만 달러(약 6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6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쌀 5만 t을 지원키로 하고 모니터링 비용 등으로 1177만 달러를 송금했지만 북한이 수령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무산된 데 이은 6개월 만의 추가 대북지원 결정이다.

정부의 결정은 북한이 ‘연말 시한’에 맞춰 대외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정부는 북한 영유아·산모를 위한 순수한 인도적 지원 사업으로 남북관계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하지만 과연 이런 시기에 적절한 결정인지 의문이다. 남북관계를 단절시키고 남측을 향해 온갖 비난을 퍼붓는 북한이다. 고마워하기는커녕 코웃음이나 치지 않을까 싶다.

북한은 5일 밤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력 사용 가능성 발언을 비난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실언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계산된 도발임이 확인된다면 맞대응 폭언을 시작할 것”이라며 재작년 트럼프 대통령의 ‘로켓맨’ 발언에 맞서 사용했던 ‘늙다리의 망령’이란 표현을 다시 꺼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에 대형 컨테이너를 등장시키는 등 새로운 도발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말려들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일단 무시 전략을 선택한 듯하다. 다만 대북 감시를 대폭 강화하며 만일에 대비하고 있다.

이런 미묘한 국면에서 우리 정부는 대북지원이란 당근책을 꺼냈다.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비판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북한은 상대를 화나게 하거나 겁먹게 하려는 심리전을 펴고 있다. 이에 대북지원으로 답하는 것을 북한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나아가 미국의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한 결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