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없인 생활체육 없다] 등하교 시간 전후 1, 2시간만 가능… 체육관은 임차료 낸 동호회 독점 日은 교육청이 학교 체육시설 관리, 공공 스포츠클럽이 위탁 운영해 학생-주민 위한 프로그램 다양
학교 체육관과 운동장은 ‘집 주변의 가장 가까운 스포츠 시설’이지만 일반 주민들에게는 문턱이 높다. ‘학교체육시설 개방 지원 사업’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단체 줄넘기를 즐기고 있고(왼쪽 사진), 여학생들이 축구의 기본 기술을 익히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체육회가 주관하고 있는 이 사업은 학교체육시설의 유휴시간(방과 후, 휴일 등) 개방을 통해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인다는 게 그 취지다. 이 사업에 참여하면 전담 관리매니저 인건비와 배상보험 등 기본 예산이 지원되고 유익한 프로그램도 제공받을 수 있다. 활성화되면 공유경제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전국 초중고교(1만1591곳)의 운동장 개방률은 91.1%, 체육관(강당 포함) 개방률은 61.6%(2018년 12월 현재)다. 그런데 일반 지역주민들이 학교체육시설 개방 현황에 대해 느끼는 체감도는 통계 수치보다는 낮다. 운동장 개방은 평일엔 등교시간 직전과 하교시간 직후 한두 시간 남짓이고 체육관의 대부분은 임차료를 내는 특정 동호회 등이 연 단위로 계약해 거의 독과점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장들이 학교체육시설 개방 사업에 소극적인 이유는 인센티브는 없는데 선정 절차가 번거롭고 안전사고와 시설 훼손 등 최종 관리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해서다. 동호회에 임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시설 개방 학교’ 명단에 오를 수 있기에 굳이 이 사업에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학교체육시설 개방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교는 2019년 현재 155곳(초 89, 중 40, 고 26곳)에 불과하다.
일본은 1976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체육시설을 개방해 정착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개방의 주체 및 책임자는 지역교육청 교육위원회다. 이와 관련해 심상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부 부장은 “일본의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학교체육시설 우선 위탁 운영권을 갖는다. 3600여 곳에 이르는 공공 스포츠클럽 중 70%가 학교체육시설을 거점으로 학생과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공공체육시설과 학교체육시설을 공정한 기준에 따라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예약 현황 공개 등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학교가 처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그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학교는 학생은 물론이고 지역주민의 교육도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과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돼야 학교체육시설의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개방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