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하명수사 의혹 파문] 조사 이틀째 “피곤하다” 중단 요청… 조서열람-서명날인 안하고 귀가 檢, 자택-사무실 압수수색 통해… 차명폰 여러 대-저장매체 등 입수 靑행정관이 교체된 前수사팀 전화… 인사불만 여부 등 물어본 정황도
6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처음 출석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 검사는 이렇게 말한 뒤 송 부시장을 직권남용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틀 연속 검찰 조사를 받은 송 부시장은 7일 오후 5시 반경 피곤하다는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검찰은 조서열람 및 서명날인을 하지 않은 채 귀가한 송 부시장의 차명 휴대전화와 외장하드를 분석한 뒤 추가 조사하기로 했다.
○ 공정위 이첩 사건 무혐의 뒤 경찰에 하명
송 부시장은 2017년 9, 10월경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문모 전 행정관(52·국무총리실 민정담당 사무관)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동향 보고를 전달했다. 문 전 행정관은 2017년 11월경 이를 보고서로 작성했다. 문 전 행정관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 청와대에는 같은 사안으로 이미 진정서가 접수됐다. 울산지역의 레미콘 업체 대표는 2017년 9월 7일 민정비서관실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공무원들이 공사 업체 선정에 관여한다. 김 전 시장과 측근들의 유착 의혹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 靑 행정관, 교체된 경찰 수사팀에 전화
문 전 행정관이 송 부시장에게서 전달받은 내용을 기초로 작성한 보고서는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전달돼 반부패비서관실을 거쳐 경찰의 이른바 ‘하명(下命) 수사’로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공정위와 경찰의 서로 다른 판단의 배경에 ‘청와대의 개입’을 꼽고 있다. 문 전 행정관이 작성한 보고서는 진정서와 유사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그 주체가 ‘청와대’로 진정서와는 구별된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제목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위 의혹’이라고만 명시돼 있는 점도 석연치 않다. 검찰은 김 전 시장의 ‘측근’이 아니라 ‘김 전 시장’을 직접 겨냥해 하명 수사 목적으로 청와대가 첩보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경찰 출신 행정관이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이 ‘허위 보고’를 이유로 교체한 전임 수사팀 경찰관에게 직접 전화를 건 점도 검찰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해당 증거자료 등을 김 전 시장 측으로부터 확보했다. 이 행정관은 해당 경찰관에게 교체에 따른 인사 불만이 없는지와 김 전 시장 비위 의혹 수사의 진행 상황을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차명폰, 외장하드 등 분석 뒤 송병기 재조사
검찰은 송 부시장이 2017년 8월부터 비공식적으로 운영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문 전 행정관과 접촉하던 시기에 A레미콘 업체 대표를 만난 정황 등에 주목하고 있다. 또 경찰 조사 때 송 부시장이 퇴직 공무원 ‘김○○’이라는 가명으로 조사를 받으며 문 전 행정관에게 전달한 첩보와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것도 상식 밖이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김동혁 hack@donga.com·신동진 / 울산=정재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