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번리전 73m 질주 ‘슈퍼 골’…케인 첫골 돕는 등 5-0 압승 주도 시즌 챔스 포함 10골 9도움 펄펄 모리뉴 “호나우두 연상 손나우두”… “마라도나-조지 웨아가 돌아온 듯 올해 최고의 골… 서커스였다” FIFA-EPL-해외언론 찬사 이어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손흥민(가운데)이 8일 영국 런던에서 끝난 번리와의 경기에서 전반 32분 73m 폭풍 질주에 이은 득점에 성공한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EPL 진출 뒤 자신의 최장거리 단독 드리블 골을 넣은 손흥민은 시즌 10골을 채우며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도 기록했다. 런던=AP 뉴시스
토트넘이 2-0으로 앞선 전반 32분. 자기 팀 진영 페널티 박스 인근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번리의 골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초음속’이라는 뜻의 영문 철자(Supersonic)에 손흥민의 성인 ‘손(SON)’을 대문자로 넣은 별명을 가진 손흥민의 돌파에 5만8000여 명의 관중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고! 소니!(Go! Sonny!)”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순간 최고 스피드가 시속 34.3km(100m 기록으로 환산하면 10초50)에 달하는 빠른 발을 가진 손흥민은 점차 드리블 속도를 높였다. 중앙선을 넘은 뒤 두 차례 오른발로 공을 앞으로 툭 차서 보내 상대의 압박을 벗어났다. 드리블을 하는 손흥민의 스피드가 공 없이 달리는 토트넘 동료들보다 빨랐다. 11초 만에 상대 페널티 박스에 진입한 손흥민의 앞에는 골키퍼만 있었다. 번리 선수 8명(골키퍼 제외)을 제친 손흥민은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델리 알리에게 패스하려고 (드리블) 속도를 낮췄는데 그럴 상황이 안 됐다. 그래서 계속 치고 나갔고, 상대 선수가 없는 공간으로 잘 빠져나가는 운이 따라 득점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번개 같은 손흥민과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간 번리 선수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된 이 골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잉글랜드의 레전드 게리 리네커는 “손흥민의 골은 개인이 만든 위대한 골이다. 내 생각에 이번 시즌 최고의 골인 것 같다”고 극찬했다. 한 해 가장 멋진 골을 터뜨린 선수에게 국제축구연맹(FIFA)이 수여하는 ‘푸스카스상’이 손흥민의 몫이라는 평가도 일찌감치 나왔다. FIFA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푸스카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손흥민의 원더골을 보았는가? 큰 박수를 부탁한다”는 글을 올렸다.
EPL 사무국도 인스타그램에 손흥민의 사진을 올리면서 ‘이번 시즌의 골?’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한국, 영국, 멕시코의 축구팬들은 해당 게시물에 “적진에 뛰어든 조자룡을 보는 것 같았다” “손흥민의 서커스였다” 등의 소감을 달았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번 골이 특별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내게는 모든 골이 소중한 경험이고, 업적이다. 모든 골이 소중하다”고 겸손해했다.
손흥민의 골은 과거 축구 레전드의 ‘인생골’에 대한 추억까지 소환했다. 미국 ESPN은 “손흥민이 디에고 마라도나를 연상시키는 골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5명의 잉글랜드 수비수 사이로 60m 정도를 질주해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넣었다. 영국 BBC 해설자는 “‘흑표범’ 조지 웨아가 돌아온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1996년 AC밀란(이탈리아) 소속이었던 웨아(라이베리아)는 베로나를 상대로 82m를 질주한 뒤 득점했다.
박지성이 전달한 AFC ‘올해의 국제선수상’ 손흥민은 경기에 앞서 박지성(왼쪽)에게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국제선수상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사진 출처 토트넘 인스타그램 ‘슈퍼 소닉(superSONic)’ 손흥민(27·토트넘)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런던=허유미 스포츠동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