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팬덤의 한국어 해석-재생산
유튜브 Billboard(빌보드) 채널에 출연한 BTS가 해외 케이팝 팬이 알아야 할 한국어 표현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Billboard 유튜브 캡처
외계어 같은 이 정체불명의 수식은 사실 한국어로 구성됐다. ‘Nugu’는 한국어 ‘누구’를 소리 나는 대로 옮겨 적은 영단어로, 해외 K팝 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다만 Nugu는 원 단어의 뜻에서 확장해 ‘누구인지 잘 모른다’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그래서 특정 K팝 가수를 겨냥한 ‘He is a Nugu’라는 문장은 해당 가수 팬들에게 꽤나 공격적이고 무례한 표현이 될 수 있다.
전 세계 BTS, K팝 팬덤이 한국어를 새롭게 해석·재생산한 ‘아민정음(아미+훈민정음)’이 큰 인기다. 아민정음은 대개 K팝 가수들이 즐겨 말하는 단어나 직역이 쉽지 않은 한국어를 발음과 비슷하게 알파벳으로 옮겨 적는 것을 뜻한다. 팬들은 SNS상에서 K팝에 대해 토론하거나 실시간으로 뉴스를 공유할 때도 이를 적절히 섞어 활용한다. 아티스트와 노랫말에 대한 관심이 한국 문화는 물론 한국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설명한 Nugu의 경우에도 ‘신인’ ‘루키’라는 의미가 추가되면서 ‘Half-Nugu(조금 인지도가 있는 가수)’, ‘How Nugu is(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지)’라는 복합 표현도 등장했다.
아민정음의 주된 특징은 번역 시 적확한 영단어가 없다는 것. 한국 특유의 감성과 문화가 녹아 있는 한국어를 직역하더라도 그 느낌과 맛이 살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어 활용한다. 영단어 ‘Feeling’만으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기분(Kibun)’을 비롯해 ‘막내(Maknae)’ ‘연습생(Yeonseupseng)’ ‘띠동갑(Tteedonggab)’ ‘썸타다(Sseomtada)’ 등이 이에 해당한다.
웃음소리를 표현한 의성어도 한국화됐다. 한 K팝 가수의 유튜브 라이브 영상에는 해외 팬들이 ‘ㅋㅋㅋㅋ’나 ‘ㅎㅎㅎㅎ’를 사용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한 영국 K팝 팬은 “영어식 웃음 표현인 ‘hahaha’ ‘lol’보다는 한글의 ‘ㅋ’ 소리가 실제 웃음소리와 더 비슷하고, 재밌다”며 “팬들은 이를 위해 한국어 버전 자판을 내려받아 ‘ㅋ’과 ‘ㅎ’을 즐겨 쓴다”고 설명했다.
해외 케이팝 팬을 위한 한국어 쓰기 학습용 콘텐츠(위사진). 유튜버가 한국의 ‘아이돌 연습생’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KIMMs TV·Korean Unnie 유튜브 캡처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