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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조장하는 강제개종… 민주주의 국가 중 한국이 유일”

입력 | 2019-12-10 03:00:00

종교-사회-인권 분야 석학들 방한 ‘신종교 차별에 대한 학술세미나’ 개최
강제개종 과정서 폭력-사망사건 발생… 적절한 조치 없는 정부에 대응 촉구




신종교연구센터 마시모 인트로비녜 대표(왼쪽)가 국내 강제개종 피해 사례로 신천지예수교회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교단 소속의 일부 ‘이단 상담사’들이 주축이 된 강제개종 논란으로 국제사회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제개종 피해 현황을 알게 된 해외 인권 기구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을 규탄하고 있다.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LC)’는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1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에 대한 강제개종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공식 발표했다.

CAP-LC는 성명서에서 “대한민국 당국이 강제개종자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강제개종에 대한 조사와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심한 비난을 받고 있는 강제개종에 대해 조사하고, 이러한 불쾌한 관행과 일부 기독교 목사들의 강제개종을 지지하는 신천지 증오 발언을 멈추는 데 한국 정부가 나설 것”을 강조했다.

2018년 강제개종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강제개종은 계속되고 있으며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이에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신종교연구센터(CESNUR·대표 마시모 인트로비녜)와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인권(HRWF·대표 윌리 포트레) 관계자 및 각국 인권 전문가들이 11월 29일 대한민국을 방문,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서울시여성가족재단으로 모여 ‘신종교운동에 대한 편협과 차별: 국제적 문제’ 학술 세미나를 진행했다.


○ ‘폭력 자행’ 강제개종…‘뒤에서 조종’ 이단상담사

인트로비녜 신종교연구센터 대표는 1월 한국을 방문, 강제개종 중단과 개종 목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 현장을 봤다고 밝혔다. 시위자들의 사연을 전해 들은 인트로비녜 대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강제개종이 벌어지는 곳은 유일하게 한국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천지예수교회와 이에 반대하는 개신교 세력 간 대립과 관련해 “어떠한 특정 종교에 대해 반대하거나 대응을 취할 수 있다”며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에 대해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한 실제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사망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강제개종의 피해를 당한 두 사람의 사례가 소개됐다.

경기 파주시에 거주하는 강제개종 피해자 윤병훈 씨는 “우리나라 주요교단 소속의 이단 상담사(개종 목사)의 사주를 받은 어머니에게 강제적으로 개종을 요구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제 자신의 인권이 침해당함과 동시에 가정이 파탄났다”고 말했다. 개종 목사의 말을 순진하게 믿은 어머니는 신천지예수교회 앞에서 반대 시위를 계속하며, 시위하다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개종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그에게 말했다. 결국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캄캄한 방에 감금당한 상태에서 2년간 개종교육이 자행됐고, 신념이 바뀌지 않자 중단됐다. 발표자의 어머니는 “개종 목사 때문에 도중에 중단하기 어려웠다”며 “그때 시위했던 것이 너무나 후회되고, 가족 관계만 악화시킨 것 같아 미안하다”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강제개종 피해자 임영식 씨도 “10년 전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 의해 1년 동안 감금돼 피해를 입었다”며 “안산의 이단상담소를 운영하는 개종목사의 사주로 교회 앞 원룸에 6개월, 그리고 집에서 6개월, 도합 1년간 바깥 세상에 나와 보지 못한 채 감금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저희 아들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고 깊은 상처를 받았다”며 “정서장애,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나타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울먹였다. 둘째 아들은 취업도 못 할 정도의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고, 막내딸은 심한 우울증으로 집 안에만 있다. 양 사례 모두 개종 목사의 사주가 있었고, 똑같이 가정 파탄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 신흥종교 ‘혐오’… 강제개종 ‘확산’

J 고든 멜턴 미 텍사스 베일러대 교수는 ‘미국의 현대 반(反)이단 운동사(史)’에서 지난 100여 년 동안의 신흥종교운동에 대한 미국 사회의 반응과 대처 흐름에 대해 설명했다. 1960년대 후반 새로운 종교 지도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이들이 전파한 가르침에 젊은층들이 매료됐고 이를 걱정한 부모들의 마음을 ‘반(反)이단주의자’들이 악용하기 시작했다.

신흥종교에 대한 ‘악마화’를 위해 테드 패트릭을 위시한 반이단주의자들은 신흥종교 단체가 사람들을 ‘세뇌’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디프로그래밍(Deprogramming)’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납치와 감금을 동원해 수십 년간 강제개종을 자행해 왔고, 때마침 1970년대 후반 ‘존스타운 사건’까지 겹쳐 강제개종이 정당화되는 분위기였다고까지 한다.

이러한 종교의 자유에 대한 탄압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자행되기도 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대표적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2002년 ‘반(反)극단주의법’과 2016년 ‘야로바야법’을 통해 러시아정교회가 아닌 다른 어떤 단체의 포교활동도 금지시켰다. 실제로 2017년 여호와의증인을 불법화해 금지시켰다.

중국도 상황은 심각하다.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허위 정보 캠페인’을 통해 신흥종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것. 홀리 포크 미 워싱턴 웨스턴워싱턴대 종교학 교수는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파룬궁, 전능신교 등의 신흥종교를 ‘시에자이오(사교·이단)’라 규정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탄압하고 있다”며 “언론 검열 및 정보 통제를 통해 대중들에게 신흥종교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시모 인트로비녜 신종교연구센터 대표, 에일린 바커 영국 런던경제대학원 종교사회학 명예교수, 고든 멜턴 미국 텍사스 베일러대 교수, 로지타 쇼리테 국제난민신앙자유관측소 회장, 홀리 포크 미국 웨스턴워싱턴대 종교학 교수, 윌리 포트레 국경없는인권 대표(왼쪽부터).

○ 美-日 법원 판결 통해 강제개종 사라져… 한국은?

미국의 강제개종은 법원 판결을 통해 사라지게 됐다. 1990년 미국 법원은 피시먼 사건 판결을 통해 당시 반이단주의자들의 핵심 참모로 활약했던 이단연구가 마거릿 싱어와 리처드 오프셰가 법정 증인으로 서는 것을 불허했다. 그들이 주장했던 ‘세뇌 이론’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자료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 이는 곧 반이단주의자들이 만든 가장 큰 단체였던 이단인식네트워크(CAN)의 몰락을 가져왔다. 1990년대 사이언톨로지 교회는 CAN이 강제개종 관련자들과 연루됐다는 자료를 모아, 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정했던 것. 강제개종자와 그들이 소속됐던 CAN은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고, 그들은 파산해 결국 조직은 와해됐다.

에일린 바커 영국 런던경제대학원 종교사회학 명예교수는 “신흥종교 소속 사람들과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 간 대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20세기 후반만큼 격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흥종교를 반대하는 사람 및 단체는 ‘세뇌’라는 단어를 고수하려고 하지만 서구 사회 대부분의 법원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의 강제개종 역시 법원의 판결로 강제개종이 사라지게 됐다. 일본 통일교 신자 고토 도루가 바로 그 중심에 있다. 개신교 목사에게 사주받은 고토의 친척들이 그를 납치해 12년 5개월간 감금했다. 간신히 탈출한 그는 본격적으로 법정 투쟁에 나서게 되고, 2014년 11월 마침내 도쿄 민사법원에서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윌리 포트레 HRWF 대표는 “HRWF와 ‘일본 종교적 납치, 감금, 강제개종 반대 피해자 연대’는 2011년 일본 ‘국가별 정례인권 검토’에 피해 상황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며 “미국 국무부는 고토 도루와 같은 종교 탄압에 대해 일본 정부가 대응하지 않은 것에 책임을 물었다”고 설명했다.

강제개종의 실태, 확산 및 소멸 과정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브리핑으로 진행됐던 이번 학술 토론회 후 박상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대표는 앞으로 이러한 세미나를 더욱 활성화시켜 강제개종이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발을 못 붙이게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남경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