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하명수사 의혹 파문]업체선정 외압, 송병기 업무와 무관 인사비리 첩보도 퇴직 이후 상황, 조사해볼 인물 명단까지 일목요연 檢 ‘송병기 한사람 아닌 여러 명 관여… 선거 영향주려 의도적 편집’ 판단 前행정관, 보고서에는 포함 안된 김기현 본인 의혹까지 수집 정황
출근하는 송병기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 첩보를 청와대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9일 오전 울산시청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송 부시장은 이날 오후 조퇴한 뒤 10일부터 13일까지 병가를 냈다. 울산=뉴스1
2017년 9, 10월 청와대 근무 당시 문 전 행정관이 작성해 경찰에 전달한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위 의혹’ 첩보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청와대가 직무 범위를 벗어나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인 김 전 시장과 그의 측근 비리에 대한 첩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청와대의 위법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에 6,7일 출석한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나 경찰 등으로부터 KTX 울산역 인근 김 전 시장 소유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요청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추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콘서트서 사인하는 황운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9일 오후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본인의 저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열고 참석자들에게 책에 사인을 해 주고 있다. 대전=뉴스1
송 부시장은 검찰 조사에서 “문 전 행정관이 먼저 전화가 와서 물어오면 답했고, 이를 다시 카카오톡으로 정리해 보내 달라고 요구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보고서에 담긴 내용 대부분이 송 부시장이 2015년 울산시청을 퇴임한 이후에 벌어진 상황으로 본인이 직접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으로까지 이어진 2017년 울산 아파트 현장 레미콘업체 선정 외압 관련 부분은 송 부시장이 건설교통국장이던 2015년보다 2년 뒤의 일로 송 부시장의 소관 업무나 내부 고발 문제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전 시장 비서실장이 산하 단체 인사 과정에 개입해 돈을 받거나 가까운 사람을 앉혔다는 측근의 인사비리 부분도 시기 대부분이 송 부시장이 퇴직한 이후에 벌어진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와대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필요 이상으로 확대 편집됐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에는 2014년 건설업자와 김 전 시장 동생이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해 주면 그 대가로 30억 원을 준다’는 취지로 작성한 용역계약서 내용이 비중 있게 적혀 있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2017년 9월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팀을 교체한 이유도 이 문건의 존재를 수사팀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질책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자는 김 전 시장 동생의 비위를 강조하려고 계약서를 언급한 게 아닌데 청와대 보고서에는 동생의 비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신동진 shine@donga.com / 울산=정재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