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의원 선거 한달 앞으로
내년 1월 11일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반중(反中) 성향의 집권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7일 타이난(臺南) 유세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선택해야 중국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반면 친중 성향 야당인 국민당 대선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시 시장은 8일 신베이(新北)시 유세에서 차이 총통 정부가 중국과 대립하면서 경제 민생과 안보가 불안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차이 총통 집권 전인) 3년 반 전의 중화민국은 웅장한 독수리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민진당 발 아래 짓밟혀 전혀 날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년엔 이 독수리가 다시 날아오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대만 주권의 수호자를 자처한 차이 총통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내세운 한 시장을 크게 앞서고 있다. 대만 방송국 TVBS의 3일 여론조사 결과 차이 총통이 46%, 한 시장이 3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일 대만 핑궈(빈果)일보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은 차이 총통이 51%, 한 시장이 19%로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참패하면서 차이 총통 책임론이 불거졌다. 당시 폭발적인 인기로 가오슝 시장에 당선된 한 시장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을 앞섰다. 전문가들은 6월 9일부터 폭발한 홍콩의 반중 반정부 시위와 중국의 강경 대응이 역설적으로 중국과 갈등하는 차이 총통에게 역전의 기회를 줬다고 평가했다. 올해 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방식으로 대만을 통일하겠다며 필요하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 통일을 위한 모범으로 내세웠던 일국양제의 홍콩에서 일어난 사태는 대만인들에게 일국양제에 대한 거부감과 중국 위협론에 대한 공포감을 키웠다.
민진당은 대만인들의 이런 공포를 활용한 선거 캠페인을 공세적으로 전개하면서 “한 시장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중국에 주권을 뺏길 것”이라고 내세워 왔다. 민진당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양안 문제는 민주주의, 국가 안보와 직접 관련된다. 평화를 파괴하는 건 대만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당은 “차이 총통이 재선되면 중국과 전쟁으로 갈 것”이라고 말해 왔다. 국민당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대만이 생존하려면 강대한 이웃과 어떻게 교류해야 할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통 선거에서는 차이 총통이 우세하지만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입법회(국회) 의원 선거는 정당 지지율이 앞서는 국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