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술자리에서 친구 하나가 ‘생동성 아르바이트’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믿을 만한 제약회사에서 진행하는 것인데, 2주 정도 병원에 입원해서 주는 약을 먹고 피 검사만 받으면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솔깃했다. ‘감자탕에 닭똥집, 오돌뼈까지 시킬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안고 지원했지만, 우리는 당시 흡연자여서 탈락했다. 그때의 쉽게 버는 돈에 대한 부푼 감정은 추억으로 마음 한구석에 잘 보관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한 의뢰인 때문에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늦은 밤 잠결에 의뢰인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고, 비몽사몽 유치장 접견을 갔다. 의뢰인은 ‘위챗’이라는 앱을 통해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는데 지하철역 사물함에 넣어둔 체크카드를 꺼내 현금인출기에서 출금하고, 지정 계좌에 송금하는 간단한 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의뢰인은 그 일이 탈세 혹은 도박장 운영에 관련되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의심했지만, 손쉽게 벌 수 있는 돈이 탐났다고 했다. 의뢰인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3일째 ‘보이스피싱’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받은 돈은 고작 49만 원이 전부였다.
전화로는 피해자를 설득할 자신이 없어 울산으로 내려갔다. 피해자에게 사죄하며 한참을 읍소했다. 피해자는 덤덤하게 듣더니 처벌불원서를 내어주며 “그럼 그 청년 말고 전화해서 사기를 쳤던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라고 물었다. 거짓말을 할 수도, 그렇다고 솔직하게 그 사람은 체포되기는커녕 외국에서 떵떵거리며 살면서 지금쯤 대신할 다른 청년을 찾고 있을 거라고 답할 수도 없었다. 무력감을 느꼈다.
감자탕도 속 시원히 시켜 먹지 못하는 청년들은 쉽게 버는 돈에 대한 유혹에 약하다. 만약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면 일단 멈춰서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으면 좋겠다.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필자에게 연락을 줘도 된다. 청년들이 유혹을 뿌리치면 철없는 인출책은 없어질 것이고, 언젠가는 그 범행 제안자도 결국 잡히지 않을까. 두 번 다시 같은 무력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