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재판부와 관계자들이 9일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시·청각 장애인들도 최신영화를 영화관에서 함께 볼 수 있을까. 9일 오후 수십명의 사람들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극장에 모였다. 이날은 서울고법의 한 재판부가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를 관람하고, 대형 영화관에 이를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날이었다.
베리어프리는 시·청각장애인들이 차별없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음성해설, 자막 등에 대한 설명을 성우가 덧입히거나 자막에 추가로 붙이는 ‘개방형 방식’과 스마트 안경, 스마트폰 앱 등을 사용하는 ‘폐쇄형 방식’이 있다.
이들이 법정이 아닌 밖에서 만난 이유는 특수기기 등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가격 등이 실효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소송을 낸 영화관은 CGV, 메가박스 등 대형 극장이지만, 관람 극장은 평소 장애인을 대상으로 영화를 자주 틀어주던 소규모 극장이 선택됐다.
재판부 3명과 원고 측 소송대리인, 피고 측 소송대리인 등 20명은 두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해 영화 ‘밀정’을 관람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 PC에 해당 앱을 내려받아 시행시키면 각자 필요에 따라 수화 등 화면해설과 자막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면 영화 스크린에 자막이 나오고, 이어폰을 꽂으면 화면해설을 들을 수 있다.
시청각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을 보조하기 위한 어플리케이션, 특수안경, 이어폰(위부터)이 진열되어 있다 © 뉴스1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라 2015년 4월 11일부터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상영관’은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CJ CGV 등 영화사 측은 아직 법적으로 강제할 근거가 없으며,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영화관에서 시·청각 장애인들이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자유롭게 보지 못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증 후 재판부는 “눈과 귀가 열린 상태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장면 설명을 들으니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장애인 복지 사업을 개인사업자에게 어느 정도 넘겨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장 검증을 마친 재판부는 내년 1월16일 오전 11시 변론기일을 열고 양측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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