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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회 본회의서 네탓 공방…文의장 “역지사지하라”

입력 | 2019-12-10 13:28:00

본회의서 16개 비쟁점 안건 처리 뒤 한국당 '항의'
"깜깜이 의사진행, 의장 사과해야...관례 깨뜨려"
"필리버스터 철회는 의원총회 추인 전제" 비판
민주당도 즉각 반박..."시급한 민생 못 늦춰"
문의장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돼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여야가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네탓 공방을 벌였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16개 비쟁점 안건이 처리된 뒤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본회의 의사일정 진행과 관련해 일방적 의사진행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했다.

그는 “국회법 76조 제2항에 따르면 당일 의사일정은 의장이 교섭단체와 충분한 협의 후 합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 법안을 작성하는 것이 오랜 관례”라며 “그럼에도 어떤 안건들이 어떤 순서로 해서 올라오는지 개의가 예정된 10시 전까지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의사진행이 이뤄졌다. 교섭단체 합의에 의해 진행되는 관례를 무참히 깨뜨린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안건 상정 전 문 의장이 “당초 합의대로 진행하려 했으나 순서를 바꾸는 과정에서 각 교섭단체 의사일정 공지가 늦어진 점을 양해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이 문제는 그런 식의 양해 발언 정도로 끝나선 안 된다고 본다”며 “국회법과 국회 관례를 무시한 의장의 단독적인 결정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 의장이 정확한 워딩으로 전국민에 사과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전날 여야 3당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철회를 조건으로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 검찰 개혁법안을 정기국회 내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한 데 대해 ‘의원총회 추인’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국회의장 브리핑을 통해 마치 합의된 것처럼 보도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전날 의총에서 필리버스터 철회를 유보하기로 했다.

그는 “민식이법 등은 전혀 필리버스터 대상조차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치 한국당을 통해 저지되는 것처럼 국민들한테 새빨간 거짓말로 세운 것은 누구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예산안에 대해서도 “근본도 없고 존재도 없는 4+1이란 존재를 통해 무려 세금 513조가 넘는 예산안이 지금 강행통과하려고 하고 있다”며 “수정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측에선 “필리버스터 하지마라”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한국당도 맞받아치며 고성이 오갔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민식이법을 (볼모)로 잡은 게 맞지 않나”라고 외치자, 한국당 측에선 “막말 하지말라”며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전날 협의 내용에 대해 “예산안 심사는 오늘 당장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예결위 간사가 참여해 논의한다. 예산안은 12월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돼 있다”며 “합의 처리하는 것을 전제로 결코 합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급한 민생에 대해 더이상 미룰 수 없단 것을 분명하게 국민 앞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오랫동안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민생 법안들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예산도 흔들림 없이 반드시 처리할 것을 국민 앞에 분명히 말씀드린다. 존경하는 의장님께선 한치도 흔들림 없이 의사진행 해달라”고 당부했다.

여야의 발언을 모두 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수고들 하셨다. 역지사지하세요”라며 “한 말씀만 하겠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사지론이 있다. 진실은 넷은 안다. 당사자들은 안다”며 “여야가 협상했고 원내대표들은 잘 안다. 그리고 하늘과 땅이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닌 것 같아도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발언을 마치고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속개하겠다”며 회의를 정회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