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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마크롱, 푸틴·젤렌스키 파리로 부른 이유는?

입력 | 2019-12-10 13:30:00

마크롱, '균형자' 자처하며 러시아 문제 개입…트럼프 견제
'우크라이나 스캔들' 휘말린 젤렌스키도 이번 회담은 기회




9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관저인 파리 엘리제궁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4개국 정상이 모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5년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번 회담은 마크롱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 의지를 바탕으로 성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에 의문을 제기 중인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적 행동”이라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새로운 ‘르네상스(부흥)’를 외치며 세계 무대에서 유럽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꿈꾸는 ‘새로운 유럽’의 갈길은 멀기만 하다.

당장 안보 분야에서 지난 수십 년간 유럽 안보의 근간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현재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유럽 회원국을 향해 더 많은 국방비를 내놓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인 경고는 오히려 나토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급격한 친(親)러 행보를 보이며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도입하고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하며 나토 회원국의 우려를 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우리는 지금 ‘나토의 뇌사 상태’를 겪고 있다”고 발언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같은 판단을 배경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세계 분쟁 지역에서 균형자를 자처하며 미국의 견제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러시아의 표도르 루캬노프 크렘린궁 국방외교자문위원장은 “이번 회담은 마크롱 대통령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도 이번 회담은 큰 기회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쟁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스캔들에 휘말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손잡겠다는 그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들은 미국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미국과의 재정적, 군사적 협력 관계가 훼손되고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젤렌스키를 향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인 정치 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정계 차원의 흠집내기도 그를 흔드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여론도 심상치 않다.

지난 8일에는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어떤 양보도 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 권력에 대한 저항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이 사이 러시아는 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들 12만5000명에게 러시아 시민권을 발급하는 등 발빠른 행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4개국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불행히도 오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우리는 러시아와 대화를 시작했고 이는 긍정적인 첫 걸음이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이번 회담은 분쟁 이후 푸틴 대통령과 최초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어 냈다는 상징적 성취이기도 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개월 내 4개국 정상이 다시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