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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전 매니저 “737맥스 추락 전 경고…가족 태우기 망설여져”

입력 | 2019-12-10 16:24:00

"무리한 생산으로 2017년부터 문제 징후"




 지난해 10월과 지난 3월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으로 도합 3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사고 기종 ‘보잉 737맥스’과 관련, 전직 보잉 매니저가 사고 전에 이미 사측에 경고를 했었다고 밝혔다.

보잉사 매니저로 일하다 지난해 8월 퇴직한 에드 피어슨은 9일(현지시간) 공개된 NBC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년 간 보잉사에서 일했던 인물로, 워싱턴 렌턴 소재 보잉 공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어슨은 지난 2015년 4월 737맥스 생산팀에 합류했다. 이후 그가 처음 문제의 징후를 느낀 시기는 2017년 말이다. 당시 보잉사는 렌턴 공장에서의 항공기 생산량을 47대에서 52대로 늘리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생산량을 무리하게 늘리면서 보잉의 공급사가 부품 수요를 채우는 데 먼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생산 지연이 발생했고, 설상가상으로 렌턴 공장에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결국 인력 부족으로 인해 렌턴 공장 근로자들의 시간외 근무가 누적됐고, 근로자들이 휴일도 없이 주 50~60시간을 연이어 근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피어슨은 인터뷰에서 “5주 이상 연이어 근무한 사람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생산 지연과 인력 부족, 비정상적 연속 근무 행태가 반복되면서 공장 내 항공기 조립 역시 정해진 조립 계획과 다르게 수행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한다. 피어슨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가 간과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잉사 일부 경영진들은 안전보다 생산 속도를 우선시했다는 게 피어슨의 설명이다. 피어슨은 결국 2018년 6월 737맥스 프로그램 총지배인이었던 스콧 캠벨에게 이메일을 보내 비정상적인 생산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피어슨은 당시 이메일에서 “내 내면의 모든 경종이 울리고 있다”며 “내 인생 처음으로 보잉 항공기에 내 가족을 태우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하게 돼 유감”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무리한 생산에 투입된 근로자들의 상황이 치명적인 실수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고는 무시됐다. 피어슨은 일정 시간 동안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할 것을 권유했지만 공장은 계속 가동됐다. 같은 해 7월 캠벨을 직접 만나서도 경고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피어슨은 결국 같은 해 8월 퇴직을 결심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2018년 10월 결국 인도네시아에선 승무원과 승객 189명을 태운 라이온에어 여객기가 자카르타 인근 해상에 추락했다. 문제의 737맥스 기종이었다.

피어슨은 처음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 사건을 접했을 당시 감정에 대해 “많이 울었다”며 “(사고를 막기 위해) 내가 뭔가 더 할 수 있었으리라 느꼈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고 했다.

이후 피어슨은 올해 2월까지 보잉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 등에 메일을 보내고 법무 자문위원과도 대화했다. “어느 날 아침 또 다른 추락 사고 소식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3월10일 157명이 탑승한 같은 기종의 에티오피아발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어슨은 당시 심경에 대해 “나는 비명을 질렀고 내 배우자가 깨어났다”며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잉 측은 피어슨이 지적한 렌턴 공장의 문제는 지금까지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보잉은 성명을 통해 “사고 조사 당국은 737공장의 상황이 이들 사고에 기여했다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