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킴(사진)이 9일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용인체육관을 찾았다. 애나 킴은 내년 1월 9일 펼쳐지는 WKBL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용인|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여자프로농구에서 첼시 리(30)는 지우고 싶은 이름이다. 첼시 리는 2015~2016시즌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외국국적동포선수 자격으로 뛰면서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놨다. 그러나 서류를 조작한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해당시즌 KEB하나은행의 성적, 첼시 리의 기록을 모두 삭제했고, 동포선수제도를 폐지했다. 이로 인해 WKBL에서 뛰고자 했던 동포 선수들에게 문이 닫혀 버렸다.
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 애나 킴(24·165㎝)은 대표적인 피해자다. 고교시절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가드 톱10에 들었던 그는 롱비치대학교 재학 시절 미국대학농구(NCAA·여자) 무대에서 뛰었다.
대학 졸업 후 WKBL 진출을 희망했던 애나 킴은 2017년 국내에 들어와 6개 구단을 돌며 훈련과 연습경기를 하면서 기량을 테스트하기도 했지만 입단할 길이 없었다.
WKBL은 지난 7월 이사회를 통해 2019~2020시즌부터 외국국적동포선수 제도를 재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애나 킴은 신입선수선발회(드래프트)에 참가신청이 가능해졌다. WKBL은 내년 1월 9일 펼쳐지는 드래프트를 위해 17일부터 신청서를 받을 예정이다.
애나 킴은 6일 입국해 친척 집에서 머무르고 있다. 9일에는 용인 삼성생명과 인천 신한은행의 경기가 열린 용인체육관을 찾아 관전하기도 했다. 용인체육관에서 만난 애나 킴은 “한국은 부모님의 나라이고 친척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어릴 때부터 한국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다. 드래프트 신청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애나 킴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허예은(상주여고)과 함께 강력한 1순위 후보로 손꼽힌다. 2년 전 각 구단을 순회하며 훈련 할 때 대부분의 감독들은 ‘개인 기량만 놓고 보면 당장 경기에 투입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유망주가 많지 않은 한국 아마추어 농구 사정상 박지수(청주 KB스타즈) 정도가 아닌 이상, 신인드래프트에서 즉시 전력감 선수를 선발하기 쉽지 않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애나 킴은 매력적인 카드다.
애나 킴은 “나는 드리블과 슈팅에 강점이 있고 파워 있는 돌파도 자신 있다. WKBL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 한국에서 뛸 수 있는 길이 열려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