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영국 총리에게 보여준 어린이 사진 (BBC홈페이지 캡처)
12일 조기총선을 앞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9일 병실 부족으로 병원 바닥에 누운 4세 아동의 사진을 외면한 채 의료서비스 확대 공약만 강조해 구설수에 올랐다. 총리의 공감능력 부족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이번 사건이 총선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선거 유세차 북동부 선덜랜드의 한 공장을 찾았다. 이 때 ITV 소속 조 파이크 기자는 공공의료 서비스인 ‘국민건강서비스’(NHS)를 주제로 총리와 인터뷰를 시도하며 스마트폰 속에 있는 리즈 지역의 4세 남아 잭 윌리먼트 바 군의 사진을 보여줬다. 바 군은 급성 폐렴 증세로 한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지만 침대가 부족해 병원 바닥에서 팔에 수액을 꽂은 채 잠들어 있었다.
존슨 총리는 “이런 사진을 본 적이 있나”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답을 했다. “NHS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집권 보수당 공약만 언급했다. 파이크 기자가 굴하지 않고 질문을 시도하자 존슨 총리는 그의 스마트폰을 뺏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파이크 기자가 강하게 항의하자 겨우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파이크 기자는 이런 실랑이가 담긴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순식간에 100만 조회수를 돌파했고 대부분이 총리를 비난했다. 제1야당 노동당은 “총리가 유럽연합(EU)을 탈퇴한 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해 NHS를 미국 거대 의약기업에 팔아넘기려 한다”고 주장해왔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총리는 원래 국민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