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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반환 요구’ 꿈쩍도 안한 푸틴

입력 | 2019-12-11 03:00:00

佛-獨 중재로 러-우크라 회담… 5년 분쟁 돌파구 관심 모았지만
우크라內 친러반군 휴전만 합의… 우크라 “대통령 무능” 항의시위



“그만 싸웁시다” 중재나선 메르켈-마크롱 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이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4자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이 교전 중인 동부 돈바스 지역 휴전에 합의한 공동 합의문의 서명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파리=AP 뉴시스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5년째 분쟁을 이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갈등 해소를 위해 9일 처음으로 직접 만났다. 두 정상은 올해 말까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반군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전면 휴전을 하기로 했다.

BBC는 이번 결정이 9일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개최한 4자 정상회담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은 5월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을 토대로 마크롱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면서 성사됐다.

4개국 정상은 4자 회담, 양자 회담 등 8시간 이상의 마라톤 회의를 한 후 공동성명을 통해 “올해 말까지 돈바스에서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내년 3월까지 돈바스 내 3개 지점에서 양측 군대를 철수시키고 교전으로 발생한 포로들도 교환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서 크림반도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 및 루간스크주(州)를 일컫는다. 2014년 4월 러시아를 등에 업은 친러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독립을 선언한 곳이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내전이 생기면서 1만3000명가량이 사망하고, 10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 해소 및 우크라이나 동부의 무력 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대가로 영토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크림반도를 되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 역시 “크림반도는 러시아 땅”이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돈바스에서 먼저 지방선거를 실시한 후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지방선거 전 국경 통제권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맞선다. 이 밖에도 군사력 감축 등 양측이 조율해야 할 세부안에 대한 의견 차도 상당하다.

르피가로는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의 정상화에는 관심이 적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를 해제해 주기만을 원한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이번 회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에서 크림반도 문제는 아예 의제에서 배제됐다는 점에 분노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8일 수도 키예프의 대통령궁 앞에서는 “코미디언 출신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휘둘리고 있다”며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