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간부들을 대동하고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공사 현장을 시찰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 동아일보DB
주성하 기자
최근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강원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지막지한 약탈을 고발해 달라는 북한 주민의 제보였다. 대북 제재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김정은은 올해 “사법기관이 산림자원을 중국에 팔아 돈을 버는 장사꾼들을 단속 통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잣 도라지 더덕 오미자 등과 같은 산지 식물을 국영 무역기관이 관리하면서 수출도 하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제보자에 따르면 강원도 간부들은 김정은의 지시를 앞세워 개인 상인에 대한 약탈 허가라도 받은 듯이 무지막지한 단속을 일삼고, 상인들의 물품을 빼앗아 개인적으로 착복하고 있다. 강원도당 위원회는 “비법(불법)적인 장사 활동을 타격하여 자금난을 극복하라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며 아예 도 검찰소를 행동대장으로 내세웠다.
잣 구매 자금은 대개 선불로 치러진다. 양강도 혜산에서는 대금을 주고도 잣을 받지 못하자 앙심을 품은 중국 상인이 살인 청부를 의뢰해 중태에 빠진 남성도 발견됐다. 중국인의 빚 독촉에 북한 상인이 여성과 아이들을 유괴해 중국에 팔아먹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문제가 잇따르고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도 나오고 있지 않다.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결부돼 있어서다.
강원도 잣 몰수 작업은 강원도 검찰소 7처장 한철민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십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몰수한 최상품 잣을 몰래 최고가인 6000달러에 팔아치운 뒤 몰수조서엔 품질이 나쁜 상품이어서 2000달러에 처분했다고 적고 차액을 빼돌리는 식이다. 그는 이 외에도 다른 산림 자원과 수산물 등을 당의 방침에 따라 취하는 조치라며 마구잡이로 몰수하거나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며 사욕을 챙기고 있다.
한철민은 또 원산시내 젊은 미모의 여성 상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보호해 준다는 명분을 내세워 성관계를 맺거나 협박을 통한 성폭행도 수시로 일삼는다고 한다. 북한에선 돈 많고 여자 많은 권력자들 대부분이 마약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철민도 예외는 아니어서 늘 차에 필로폰 10g 정도를 싣고 다닐 정도로 마약에 중독돼 있다.
한철민의 뒷배를 봐주는 인물이 있다. 박정남 강원도 도당위원장이다. 그는 6·25전쟁 당시 소년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경력을 인정받아 한국의 도지사 격인 도당위원장까지 올랐다. 3년 전 국가보위성에서 그의 비리를 알고 제거하려 했다. 하지만 김원홍 보위상이 먼저 숙청되면서 그에 대한 처벌 문제는 유야무야됐다. 박정남 역시 필로폰 중독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