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를 넘어 공간복지로] <7> 서울 구로구 ‘공감e 리빙랩’
리빙랩에서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동 ‘공감e구로 리빙랩’에서 김성호 구로구 스마트정책팀장과 김석경 에스이임파워 디지털사회혁신추진단장, 주민 이분애, 임종희, 남영미 씨(왼쪽부터)가 마을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 불빛은 지난해 구로구가 설치한 스마트 발광다이오드(LED) 보안등이다. 낮 시간대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에 충전한 뒤 오후 6시경부터 작동한다. 동작감지센서가 행인을 감지했을 때만 켜지고 일정 시간 불이 켜진 뒤 꺼진다. 현재 낡은 저층주택이 밀집돼있는 골목길 20곳에는 스마트 LED 보안등 450개가 달려 있다.
구로구는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후원한 ‘2019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공간복지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체육시설, 독서실, 노인정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갖춰 주민들이 편하게 복지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개념이다. 심사위원들은 “생활의 문제점을 주민 스스로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기본 모델로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스마트 LED 보안등도 ‘스스로해결단’이 제시해 추진됐다. 스스로해결단에 참여한 주민들은 회의에서 구로동, 가리봉동에 좁고 어두운 골목길이 많아 불안해하는 주민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가로등을 설치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했고 늦은 시각 불빛을 장시간 켜두면 주민들이 빛 공해 피해를 입을 게 뻔했다.
리빙랩 코디네이터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만 불빛을 켤 수 있는 등을 개발할 전문가와 업체를 찾았다. 이후 스스로해결단이 직접 골목을 돌며 보안등을 설치할 곳을 정했다.
구로구의 여성 안심 공용화장실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스스로해결단은 여성들이 공중 화장실에서 늘 불법촬영에 대해 불안해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구로동 디지털산업단지 인근에 여성 1인 가구가 많다는 지역적 특성도 고려했다.
리빙랩 코디네이터는 적외선을 반사하는 방법으로 몰래카메라를 탐지해내는 장치를 개발할 청년 소셜 벤처를 찾았다. 청년 소셜 벤처는 ‘불법촬영탐지기’를 개발해냈고 150대를 제작해 주민센터, 복지관, 학교 등에 보급했다.
공공도서관에서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천왕동 아파트단지에 들어선 글초롱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글초롱도서관은 초등학교 방과후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특히 23개의 작은도서관 등은 초등학교 아이 돌봄 문제를 해결해주는 공간복지 시설로 자리를 잡았다. 주민의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구로구는 ‘구로형 아이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맡고 있다. 글초롱작은도서관에서 만난 한모 씨(35·여)는 “도서관이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서 아이를 맡길 때 마음이 편하다. 색종이 접기와 한자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아이가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보며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 돌봄 도서관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놀이와 독서지도, 체험교육, 학원 챙겨 보내기, 간식 제공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일정 자격을 갖춘 학부모와 주민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재능도 기부한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