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 대표는 북-미 간 대결 정세에 대해 “북한의 긍정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안보와 발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미국에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을 주문했다. 러시아 대표도 “제재는 외교를 대신할 수 없다”며 단계적 제재 완화를 제시했다. 한국 대표마저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게 최고 우선순위”라며 국제사회가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북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들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서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나왔다. ‘연말 시한’을 내걸고 연일 대결 분위기를 조장하는 북한에 경고는커녕 두둔하고 미국을 비판하는 얘기들이 나온 것이다. 미국도 북한에 협상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선 일단 국제사회의 단합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안보리 소집을 주도했겠지만, 중·러의 노골적인 북한 변호엔 적이 당황했을 것이다.
북한이 오만방자해진 것도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러는 그동안 김정은 정권의 뒷배를 자임하며 제재의 구멍 역할을 했다. 당장 22일로 유엔 제재에 따른 해외의 북한노동자 송환 시한이 다가오지만 북-중 접경지대엔 한 달짜리 도강증(渡江證) 갱신 같은 변칙적 체류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거듭된 협박에, 혹은 주술 같은 평화론에 길들여진 한국은 최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가 결정했다.